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면서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의 거리가 가까운 것)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향후 부동산 입지평가에서 직주근접 위상이 높아지고 이를 쫓는 수요가 증가할수록 직주근접 판단 잣대는 더욱 세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구 감소 공포가 촉발하는 고밀도시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수록 직주근접의 가치 및 우열을 ‘직장과 거리’라는 양적 척도만으로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 고차원적인 척도가 요구될 것이 자명하다. 한국은 저성장 선진사회로 진입하면서 ‘양적가치’에서 ‘질적가치’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데, 부동산 역시 이러한 패러다임을 쫓아가고 있다. 따라서 직주근접 입지의 가치 측정 패러다임 역시 ‘직장과 얼마나 가까운가’에서 ‘어떤 직장과 얼마나 가까운가’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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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서울 오피스시장의 꾸준함을 대변한다면,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곳으로는 잠실과 성수권역을 꼽을 수 있다. 잠실권역에 위치한 신천동 ‘타워730’에 입주한 쿠팡은 2027년 오피스 임차 만기를 앞두고 있다. 타워730 전체 면적의 약 76%를 사용 중인 쿠팡이 이전하면 그 빈자리를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메울 예정이다. 향후 쿠팡 이전에 따른 공실 리스크가 상쇄된 것은 다행이지만, 잠실의 프라임 오피스인 ‘잠실롯데월드타워’에 임차 중이던 ‘롯데ON’ ‘롯데컬처웍스’가 최근 퇴거하면서 공실이 대거 발생했다. 마침 잠실과 인접해 있으나 임차료 부담이 적은 강동권역의 프라임 오피스 ‘이스트센트럴타워’로 ‘코리아세븐’ 등 중견 기업들이 이전하면서 잠실 오피스시장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잠실 오피스시장 지각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재건축 단지는 오피스지구에 연접한 장미아파트다. 6월 신통기획안이 공개된 장미아파트 재건축은 최고 49층 4800채로 태어날 계획이며, 약 70%의 가구가 한강 조망 프리미엄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장미아파트가 한강뿐 아니라 직주근접 프리미엄까지 품을지는 잠실 오피스시장의 흐름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팩토리얼 성수를 성공리에 준공한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서울역 8번 출구 앞에 위치한 ‘서울로타워’ ‘메트로타워’ 등 오피스 빌딩 2개를 매입했다. 이로써 이지스자산운용은 기존에 매수한 힐튼호텔과 함께 ‘서울역 일대 공간혁신 프로젝트’를 위한 밑 작업을 마치게 됐다. 양동지구에 위치한 이 3개 건물은 약 2조 원 자금이 투입돼 향후 최고 33층 오피스 1개 동과 호텔·쇼핑몰로 이뤄진 1개 동으로 다시 태어난다. 또한 강북의 코엑스로 주목받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은 올해 건축허가를 받아 향후 최고 38층 규모의 건물이 들어설 예정으로, 서울역 일대 오피스 숲이 더욱 거대해질 전망이다. 거대한 일자리 숲의 수혜를 받을 재개발 사업지로는 청파1·2구역과 후암1구역이 있으며, 최근 서울시는 ‘서울역 서부역~효창공원 일대 통합개발’을 통해 7000여 채의 도시재생 청사진을 제시했다. 서울역 인근 용산정비창개발계획이 언론의 집중 주목을 받고 있지만, 속도 면에서는 서울역 역세권 개발이 우위에 있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서울역 오피스 빌딩 개발의 수혜지를 선점한다면 더욱 빠르게 부의 추월 차선에 올라탈 수 있을 것이다.
도심 고밀지역으로 사람이 몰릴수록 주거, 상업, 업무, 여가생활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콤팩트시티가 화두가 된다. 이는 곧 주거시장 흐름이 점차 오피스,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시장 흐름과 동조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고급 일자리시장을 대변하는 서울 오피스시장의 흐름은 직주근접이 대세가 될수록 서울 집값의 등고선을 뒤트는 강력한 변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