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변화’를 싫어하는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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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의 멍냥대백과] 반복적인 것 좋아하는 ‘네오포비아’ 성향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사람들이 반려묘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는 대체로 이런 것 같습니다. 차갑다, 도도하다, 제멋대로다, 속을 알 수 없다, 곁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반려묘 눈에 비친 사람들 모습은 어떨까요. 모르긴 몰라도 보호자가 너무 무심하다고 생각하는 반려묘가 많을 듯합니다. 늘 집에 혼자 내버려두더니 어느 날은 마음대로 낯선 사람을 데려와 긴장하게 만들고, 편히 쉬고 있는데 다가와 몸을 만지거나 장난감으로 놀자고 하며, 문제 행동을 교정하겠다면서 벌칙을 주거나 심지어 때리는 보호자가 적잖기 때문이죠. 기질적으로 예민한 반려묘를 이렇게 무심하게 대해놓곤 반려묘가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면 “역시 고양이는 쌀쌀맞아”라고 판단해버리는 보호자가 많습니다.

반려묘 행동의 숨은 동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반려묘에 대해 ‘쌀쌀맞다’고 오해하는 보호자가 많다.
변화에 공포 느끼는 반려묘
반려묘의 행동이나 반응을 이해하려면 반려묘 관점에서 전체 상황을 해석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보호자와 반려묘 관계도 일반적인 관계와 다르지 않습니다. 반려묘 행동의 숨은 동기, 즉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반려묘가 문제 행동을 하더라도 그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해가 오해를 낳고 반려묘와 보호자 간 신뢰에도 금이 가죠. 또 보호자가 문제 행동이라고 규정한 어떤 행동이 알고 보면 반려묘 세계에선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적인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려묘의 문제 행동을 촉발하는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상당수 보호자가 눈치 채지 못하지만 반려묘는 ‘변화’에 아주 민감합니다. 보호자의 생활 패턴, 집안 가구 배치 등이 아주 사소하게라도 바뀌면 반려묘는 심리적으로 불안해합니다. 반려묘는 반복적인 것을 좋아하는 ‘네오포비아(neophobia)’ 성향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늘 먹던 사료 등 익숙한 것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새로운 것에는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죠. 변화 자체도 싫어하는데, 그것이 자기 생활에 영향을 미칠 때 반려묘는 더 격렬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호자가 새 안마의자를 사와서 반려묘가 평소 낮잠을 자는 자리에 둔다면 반려묘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안마의자 위에서라도 잠을 청해야 하는데, 보호자가 “내려가” 하고 혼을 내면 반려묘는 공격성을 드러내겠죠.

반려묘에겐 사냥 욕구가 남아 있어 보호자가 깃털 장난감 등 사냥 자극원을 제공해주는 게 중요하다. [GETTYIMAGES]
‌또 반려묘는 통념과 달리 ‘지루함’에 취약합니다. 고양잇과 동물에겐 사냥 욕구가 남아 있어 하루 종일 새로운 사냥 자극원을 찾아다니는 게 그들 본능에 부합합니다. 깃털 장난감을 갖고 노는 반려묘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보호자 대부분이 반려묘의 독립심을 잘못 이해해 “반려묘는 혼자서도 잘 지낸다”고 생각하고 이 같은 반려묘의 욕구를 인지조차 못 합니다. 그래서 반려묘가 지루함을 이기지 못해 자극원을 찾다가 유리컵을 깨는 등 실수를 하면 보호자는 반려묘를 혼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죠.

질병 가능성 염두에 둬야
그 밖에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의학적 질병도 매우 많은데요. 보호자가 이를 초기에 알아채기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평소 반려묘의 배변(배뇨), 음수량, 사료 섭취량을 잘 살피는 게 좋습니다. 일례로 반려묘가 안 하던 배변 실수를 하거나 배변 상태가 이상하면 소화기관, 비뇨기 등에 문제가 생겼을 개연성이 큽니다. 이를 단순히 문제 행동에 국한해 생각하면 초기 진찰 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보호자가 반려묘 눈높이에서 상황을 바라보면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 행동이 적잖습니다. 만약 반려묘에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 행동이 있는데, 기존 훈련 방법으로 전혀 고쳐지지 않는다면 일단 훈련을 전부 중단하고 반려묘의 특성부터 이해해보길 권합니다. 반려묘를 처음 기를 때로 돌아가 반려묘의 성향, 호불호 등을 다시금 파악하고 문제 행동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는 거죠. 이때 문제 행동이 아무리 나아지지 않는다 해도 강요, 강압, 벌칙 등은 금물입니다. 반려묘가 불편해하는 요소를 없애고 반려묘 행동에 조금씩 변화가 나타날 때 그것에 대해 칭찬, 보상을 해주는 게 가장 효과적인 훈련법입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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