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세상은 귀여움이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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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하의 이게 뭐Z?] 냉장고 정리도 귀여운 아이콘으로 해야 “쓸 맛 나”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귀여움으로 지구 뿌신다” “◯◯◯ 내가 낳을걸” 같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귀여운 무언가를 봤을 때 Z세대가 나타내는 반응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귀여운 것을 안 좋아하는 세대가 과연 있겠느냐만 Z세대는 유독 키링, 스티커 등 아기자기한 물품에 열광한다. Z세대가 이토록 귀여움에 반응하는 데는 아무래도 ‘꾸미기’ 영향이 큰 것 같다. 다이어리, 스마트폰, 가방, 신발 같은 소지품을 남다르게, 특색 있게 꾸미려면 귀여운 꾸미기 물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꾸미기 시장의 성장은 캐릭터 시장도 함께 활성화하고 있다. 웹툰, 인스타툰의 인기 캐릭터가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되기도 하고, 굿즈로 판매되기도 하며, 단독 팝업스토어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진 앱에 저장해 쓰는 스티커
냉장고 속 식재료를 귀여운 아이콘으로 나타내는 ‘원더 프리지’ 애플리케이션(앱). [‘원더 프리지’ 앱 화면 캡처]
최근에는 냉장고 정리에서도 귀여움이 중요해졌다. 냉장고 속 식재료를 한눈에 파악하게 해주는 ‘원더 프리지: 냉장고 관리, 장보기, 소비기한’ 애플리케이션(앱)이 귀여운 아이콘을 무기로 Z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과일, 채소, 고기 등 다양한 식재료를 아이콘으로 만들어 우리 집 냉장고에 무엇이 있는지를 해당 아이콘으로 표현하게 했는데, 사용자들로부터 “귀여워서 쓸 맛 난다”는 반응이 나온다.

원더 프리지는 귀여움에 실용성까지 갖춘 앱이라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식재료 구매일, 소비기한 등을 정리하는 데 용이해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는 식재료를 먼저 소비하는 것은 물론, 음식물 쓰레기가 늘어나는 것도 방지한다. 또 장을 볼 때 집에 특정 식재료가 있는지 기억할 필요 없이 앱으로 바로 확인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용자 사이에선 “이 앱 때문에 냉장고에 자꾸 뭔가를 채우게 된다” “아무래도 냉꾸(냉장고 꾸미기)에 빠진 것 같다”는 후기가 등장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앱이 아직 아이폰용으로는 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폰 사진 스티커 예시. [핀터레스트 ‘아이폰 스티커’ 검색 화면 캡처]
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또 다른 귀여움으로는 아이폰 사진 스티커가 있다. 최근 X(옛 트위터)나 핀터레스트를 보면 아이폰 사진 앱에 저장한 뒤 스티커처럼 활용할 수 있는 파일이 엄청나게 올라와 있다. 어린 시절 문구점에서 팔던 것 같은 ‘Y2K’(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유행) 감성 스티커 등 다양한 스티커 파일을 제작해 업로드해놓은 것이다. 이를 각 개인이 다운받아 스티커 목록에 추가한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 등에 붙이는 게 트렌드로 번지고 있다. 휴대전화 바탕화면이나 각종 프로필 사진, 좋아하는 아이돌 사진을 꾸밀 때도 이 스티커를 활용할 수 있다.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를 앞두고 여러 작가가 아이폰 사진 스티커를 공유하며 참가 소식을 알리는 동시에 캐릭터를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X에선 이렇게 누군가 자신이 만든 스티커를 공유하면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같이 스티커를 사용함으로써 일종의 집단문화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때 각 스티커에 만든 사람의 감성과 느낌이 가득해 어느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다.

옷핀 비즈발×금일의 표어 조합
인스타그램 ‘미도리의 작업실’ 계정에 올라온 옷핀 비즈발 관련 게시물. [인스타그램 ‘미도리 작업실’ 계정 캡처]
여기까지가 온라인 꾸미기라면 당장 내 방에 옮겨 가고 싶은 오프라인 꾸미기를 선보이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비즈발을 옷핀으로 제작해 보여주는 ‘미도리의 작업실’ 계정이 그것이다. 이 계정인은 통상 문에 매다는 비즈발을 초소형 옷핀 크기로 만든 뒤 다른 인테리어 소품, ‘금일의 표어’ 등과 함께 방을 꾸미는 데 활용한다. 그런 다음 방을 영상으로 찍어 우쿨렐레 배경음악을 깔아 선보이는데, 그 영상 속 방이 Z세대에게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 된 것이다.

미도리의 작업실 계정은 비즈발뿐 아니라 토마토, 야구공, 네잎클로버 같은 캐릭터를 활용해 그립톡, 티켓 홀더, 스티커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굿즈와 표어가 적절히 어우러져 계정을 찾는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물론, “귀여운 캐릭터들이 내게 용기를 주는 것 같아 자연스럽게 팔로 버튼을 누르게 된다”는 이도 많다. 특히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하자”라는 표어가 Z세대 마음을 흔든 것 같다.

이 같은 사례들에 비춰볼 때 Z세대에게 귀여움은 어느 순간 다른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는 속성이 됐다. Z세대에게 소구력을 가지려면 뭐가 됐든 일단 귀여움부터 갖추고 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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