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 “한국 증시엔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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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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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태양광 관련주 급락, 금융·석유·방산·헬스케어 유망주 떠올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 후보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애니싱 벗 바이든(Anything But Biden·ABB).’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월 27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대선 후보 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압승을 거두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정책 기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이 2021년 취임 직후 트럼트 흔적을 지우고자 ‘애니싱 벗 트럼프(ABT)’를 강조했던 만큼,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반대로 바이든 정책을 뒤엎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증시에선 ‘트럼프 수혜주’와 ‘트럼프 피해주’로 나뉜 섹터들이 서로 상반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표 참조).

선노바 에너지·선파워 10%대↓
트럼프 귀환이 현실화할 때 가장 극명한 변화를 맞게 될 섹터로는 ‘친환경’이 꼽힌다. 트럼프는 재집권 시 바이든의 주요 친환경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공약집 격인 ‘어젠다 47’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Green New Deal) 정책 기조를 “녹색 속임수(Green New Hoax)”로 규정하며 화석연료 생산 확대, 자동차 연비 규제 완화 같은 공약을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첫 대선 토론에서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자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주는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7월 3일(종가 기준) 뉴욕증시에선 선노바 에너지(5.56달러)와 선파워(2.68달러)가 6월 27일 대비 각각 14.6%, 11.56% 내려앉으며 10%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퍼스트 솔라(-7.5%·231.11달러), 인페이즈 에너지(-5.76%·99.17달러), 넥스트에라 에너지(-2.57%·71.83달러)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나타냈다. 국내에선 한화솔루션, 씨에스윈드 등이 영향을 받았다.

반대로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섹터도 있다. ‘금융’이 대표적이다.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재임 시절 금융기관 위험투자 제한 및 대형화 억제를 골자로 하는 ‘볼커룰(Volker rule)’ 완화를 추진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가 당선하면 금융기관 규제 완화 성격의 정책이 재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한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2일 “트럼프의 규제 완화 기조, 경기 부양 스탠스 등이 금융 섹터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망에 대선 토론 이후(6월 27일 대비 7월 3일) 뉴욕증시에선 웰스 파고(5.64%), JP모건체이스(4.77%), 씨티그룹(4.72%), 모건스탠리(4.62%), 뱅크오브아메리카(4.2%) 등 금융주 주가가 크게 올랐다. 또 트럼프는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비트코인 미래를 보장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친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코인베이스,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 밖에 친환경 에너지 반대급부에 있는 석유 등 ‘전통 에너지’, 보호무역주의 강화 및 글로벌 정세 불안과 관련된 ‘방산’, 오바마 케어 폐기와 바이오시밀러 활성화에 따른 시장 개방이 예상되는 ‘헬스케어’가 트럼프 수혜주로 분류된다. 전통 에너지 분야에선 엑슨모빌·셰브론·베이커 휴즈·옥시덴털 페트롤리움 등이, 방산에선 록히드마틴·제너럴 다이내믹스·RTX(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 등이, 헬스케어에선 유나이티드헬스·휴마나·일라이 릴리·머크·애브비 등이 월가에서 관련주로 거론된다.

“10% 보편 관세, 한국에 불리”
국내 증시에선 트럼프 수혜주에 비해 피해주가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주의 경우 미국과 연동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보호무역주의라는 기본 방향성이 자동차, 이차전지 등 한국 주요 산업을 악재에 빠뜨릴 수 있어서다. 수출 중심의 한국 산업 특성상 트럼프 재집권이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큰 것이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트럼프는 당선하면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면서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이 과거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이런 기본 방향성은 한국에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염 이사는 “바이든의 경우 핵심 산업에 대해서만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웠지만 트럼프는 산업 전방위적으로 이런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실제로 2018~2019년 트럼프 집권 시기 국내 증시가 계속해서 하락한 전례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당선하는 게 한국엔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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