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 씨는 상속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예상치 못한 상속세 납부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부친의 재산은 생전에 거주했던 서울 아파트 한 채가 전부다. 별다른 금융자산이 없어서 은퇴 후에는 A 씨가 매달 생활비를 드리며 봉양하기까지 했다. 최근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지난 부동산 상승장에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을 넘어서면서 1억 원 이상의 상속세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A 씨는 10여 년간 아버지를 봉양하느라 수중에 현금이 없고, 물려받은 아파트마저 뜻대로 팔리지 않아 고민이 크다. 그간 상속세는 극소수 건물주만 고민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자신이 그 대상이 된 사실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정부 역시 상속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은 6월 16일 KBS ‘일요진단’에서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60%, 대주주 할증을 제외해도 50%로 외국에 비해 매우 높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6%로 추산되기 때문에 일단 30% 내외까지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해 관련 논의에 물꼬를 텄다. 성 실장은 세율 인하·공제 한도 인상 등을 통해 “서울 아파트 한 채 정도를 물려받는 데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지지 않는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다음 날 “기본 방향에 대해선 공감한다”고 밝혔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30%로 인하될 경우 상속인이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어떻게 변할까. 기재부가 7월 중 상속세 개편 방안을 밝힐 예정인 만큼 정확한 세부 내용은 좀 더 있어야 알 수 있다. 이에 주간동아가 △상속세 최고세율 30% 등 세율이 인하되는 경우 △일괄공제를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인상하는 경우 △세율 인하와 일괄공제 인상이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를 가정해 각 경우별 상속세 절감액을 따져봤다(인포그래픽 참조). 예상 상속세액은 최용준 세무법인 다솔 WM센터 대표 세무사의 자문을 받아 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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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세율을 적용받을 경우 상속세 부담은 더욱 커진다. 현행 과세체계에서 홀로 사는 노모로부터 40억 원 부동산을 상속받은 경우 상속세 12억4887만5000원을 부담해야 한다(표2 참조). 5억 원 세액공제를 받지만 여전히 상속세과세가액이 30억 원을 넘어가 최고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최고세율이 30%로 인하될 경우에는 예상 납부액이 7억9394만5000원으로 줄어든다. 현행 대비 상속세 4억5493만 원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세율 인하와 일괄공제 인상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상속세 예상 납부액은 현행 대비 6억 원 이상 줄어든 6억4868만7500원까지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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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과 기재부가 상속세 개편 방향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점도 변수다. 최 부총리가 “(성태윤) 정책실장의 의견은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도 세부 방향과 관련해서는 일정 부분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대통령실에서 경제수석을 할 때 정책실장 역할을 같이했지만 내가 사령탑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며 “정책실장 역할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속세가 당초 취지와는 맞지 않게 적용되고 있는 만큼 개편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미 상속 문제로 이민이 늘어나는 추세다. 국제투자이민 컨설턴트사인 헨리 앤드 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순자산 100만 달러(약 13억8000만 원) 이상인 한국인 가운데 800명이 이민을 갔다. OECD 대비 높은 상속세율이 이민을 늘린다는 시각이 많다. 최 세무사는 “과거만 해도 극소수 부자만 상속세 부담을 졌는데, 세법 개정이 오랜 기간 미뤄지면서 서울에 아파트를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상속세가 전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한 것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관련 제도의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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