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서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는 장모 씨는 최근 난처한 일을 겪었다. 성인 남성 팔뚝만 한 푸들을 데려온 한 손님이 “우리 개는 안 짖는다”며 완강히 요구해 실내에 함께 자리하게 했는데, 개가 40여 분간 짖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카페 내 다른 손님들이 “개가 들어와도 되냐”며 불만을 표출해 그 손님에게 테라스로 이동해달라고 요청했다. 장 씨는 “해당 손님이 금방 먹고 나가겠다며 자리를 옮기지 않았는데, 다행히 그 후로는 개가 짖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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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출입이 허용된 매장은 지난해 12월 27일 기준으로 전국 122곳에 불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반려동물 동반 출입 시범사업 업소로 승인받은 곳은 △반려동물 동반 출입 가능 안내문 부착 △반려동물 목줄 착용 등 운영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식약처는 이런 정책 결과물을 토대로 2025년 12월 식품위생법 시행 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문제는 식약처로부터 반려동물 출입을 승인받지 않은 대다수 업소다. 이들 업소는 애당초 반려동물 출입이 불가능하지만, 시범사업 업소들이 따라야 하는 식약처 운영 가이드라인조차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6월 8일 서초구 양재천 카페거리에서 “반려동물을 데리고 매장 안으로 들어와도 된다”고 밝힌 음식점 9곳 중 3곳만 출입구에 반려동물 출입 가능 안내 표지를 부착했다. 반려동물 출입 기준도 제각각이었다. 양재천 카페거리에 있는 한 커피숍은 “주인이 동물을 안고 있으면 목줄을 착용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안내했고, 다른 맥줏집은 “동물이 케이지 안에 들어 있는 상태면 출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개 2마리가 케이지에 들어가 있지 않았고 목줄만 착용한 채 앉아 있었다.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면서 반려동물 식당 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심모 씨(25)는 “동물 출입이 가능한 업소라는 안내가 붙어 있는 곳은 굳이 방문하지 않는데, 안내문 없이 동물을 받는 음식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70대 남성 천모 씨는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많은 도움과 기쁨을 주니 동물을 키우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동물이 음식과 가까이 있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동물 털이 음식에 들어갈 수 있기에 동물과 사람이 음식을 먹는 공간은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 사이에서도 음식점 출입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려견을 3년째 기르고 있는 김지민 씨(26)는 “강아지 유모차나 캐리어 등을 이용해 강아지가 식당에서 돌아다니지 않게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모 씨(31)는 “강아지가 물을 마시면 바로 바깥으로 나가 오줌을 누이고 온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동반 출입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인영 수의사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많아졌지만 유럽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편이라서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는 음식점에 반려동물이 있는 게 꺼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수의사는 이어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음식점임을 알리는 문양을 식당 앞에 붙이고 반려동물의 위생 기준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반려동물 동반 출입 업소에서 물림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호자와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교육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