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 결혼 예정인 이유진 씨(28). 그는 결혼 준비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결혼식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주의였다. 그러나 막상 결혼식을 치르려니 “어떤 예식장을 골라야 싫은 소리를 안 들을까”부터 “답례품은 뭐로 해야 그럴 듯해 보일까”까지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씨는 결혼식 없는 결혼을 하기로 결정했다. 남들 시선을 의식한 결혼식보다 두 사람만을 위한 합리적 선택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씨는 “결혼식을 염두에 둔 결혼 예산은 3000만 원대였으나 결혼식을 뺀 예산은 신혼여행과 웨딩촬영 비용인 1500만 원 정도”라며 “절약한 돈은 미래를 위한 여유자금으로 남겨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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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불경기 지속, 예식장 공급 축소 등 요인으로 예식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웨딩플레이션’ 문제가 노웨딩 흐름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 결혼을 앞둔 박천희 씨(34)는 일반 예식장이 아닌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에서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다. 평소 미술 전시에 관심이 많은 박 씨는 “찍어낸 듯한 공장형 결혼식에 비싼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결혼식을 안 하고 싶진 않고 좀 더 합리적으로 특별한 결혼식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결혼식에서 신부와 첫 만남부터 현재, 함께 그려갈 미래까지 담은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소박하지만 하객들에게 두 사람의 얘기를 잘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2년 전 경북 구미 한 돌잔치홀에서 결혼식을 올린 정치호 씨(34)는 결혼식에 들인 비용이 500만 원밖에 안 된다. 정 씨는 “웨딩이라는 꼬리표를 떼자 대관료, 사진 촬영 비용 등 모든 게 저렴해졌다”며 “돌잔치홀은 일반 예식장이 아니라서 신랑, 신부가 원하는 대로 식순을 구성할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예비부부가 기존의 전형적인 결혼식만 고집하기보다 자기 상황에 맞는 지혜로운 방법을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특임교수는 “합리적 선택을 하려는 개인의 노력만큼이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결혼식 비용 지원도 필요하다”면서 “사회적으로 정착된 고비용 결혼 문화를 개인의 인식 변화로만 바꾸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신혼부부의 예식비용 부담을 덜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결혼 상품과 서비스 가격 정보를 공개하는 ‘청년친화 서비스 발전방안’을 3월 발표했다. 지나친 추가금 요구, 방문하지 않으면 모르는 ‘깜깜이 가격’ 등으로 폭리를 취하는 스드메 사업의 부당한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내년부터 소비자보호원의 가격정보 웹사이트 ‘참가격’에 결혼 관련 품목과 서비스 가격 정보가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