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시작되면 급락장 출현? 이번 사이클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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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대응 아닌 보험성 인하로 전 세계 증시에 훈풍 될 것

5월 1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설을 일축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뉴시스]
올해 전 세계 금융시장과 경제 분야 화두로 자리 잡은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정책 전환이다. 4월에는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전망치를 웃돌며 연내 추가 금리인상이 진행될 것 같은 불안감이 팽배했지만, 5월 들어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4월 CPI 발표를 거치면서 상황이 다시 반전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인상’을 본인의 정책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연준의 금리인하를 둘러싼 시장 심리가 빠르게 변화하는 점이 혼란스럽기는 하다. 1~2월 6회 인하로 시작된 컨센서스는 3월 3회 인하→4월 1회 인하(또는 동결)→5월 초 2회 인하→5월 말 1회 인하로 급변해왔다(그래프1 참조). 그리고 이제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3분기 중 금리인하 사이클에 돌입해 2회 인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경기 냉각에 따른 금리인하 아냐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3가지 이슈가 있다. 첫째, 시장 참여자들이 연준 정책에 신경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준의 정책 결정은 3개월물 국채 같은 단기물 시중금리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단기금리 변화는 장기 경제 및 금융시장 여건에 수정을 가져와 장기금리 변화를 만들어낸다. 장기물 금리는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일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비 및 기업 지출도 영향을 받게 된다. 또한 소비와 기업의 행동 변화는 주식시장에서 주가 변화를 만들어낸다. 주식시장이 연준의 금리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둘째, 올해 연준의 금리인하가 가능할까. 연초 이후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상승의 주범이던 유가가 현재 80달러(약 11만 원)대를 하회하는 등 추가 상방 압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자. 미국 가정의 초과저축이 3월 기준 -700억 달러(약 96조 원)로 사실상 전액 소진되는 등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5월 기준 ‘연준 정책금리-근원 개인소비지출(Core PCE: 에너지와 식료품 제외) 스프레드’가 2.67%p로, 2022년 3월 -5.1%p로 바닥을 찍은 후 상승 추세로 전환해 과거와 달리 연준 정책이 더는 인플레이션에 뒤처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연준 정책금리-Core PCE 값’이 양수인 시기에도 금리인하를 하지 않았던 때(1978~1982, 1999~2000, 2005~2006)가 존재하지만, 당시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시기였고 현재는 하락하는 시기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2분기 이후 발표되는 인플레이션 데이터들은 연준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명분을 제공할 것이다.

셋째, 연준이 금리인하를 단행하면 주식시장은 하락하지 않을까. 답변부터 먼저 하자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직관적으로 과거 금리인하 사이클 당시 증시 반응을 오늘날 상황에 대입하면 많은 이가 ‘금리인하=증시 악재’라는 공식을 떠올릴 테다. 금리인하를 시작하는 초기 구간에서는 주식시장이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금리인상을 시작하는 초기 구간에서는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패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본질적 배경은 경제가 좋지 않아서다. 경제보다 주식시장이 한발 앞서 움직이기는 하지만 경기둔화 혹은 경기침체 초기부터 중기까지는 주식시장도 같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하는 것은 경기가 이전 침체로부터 회복한 후 확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과열되기 때문이다. 경기 확장 국면 초기부터 중기까지는 소비·투자 등 실물경제 자체가 좋아져 이전 회복기에 비해 탄력은 덜하더라도 주식시장의 상승 모멘텀이 유지되는 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패턴이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이나 2019년 중반처럼 경기가 불황에 빠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보험성 금리인하를 단행한 시절에는 주식시장이 금리인하 초기 구간에도 상승했다. 또 과열된 인플레이션에 재빨리 대응하고자 급격히 금리인상을 단행한 2022년에는 금리인하 초기 기간에도 증시가 하락했다(그래프2 참조).

달러화 약세, 미국 이외 국가 투자 유인
결국 이번 금리인하 사이클이 실제로 진행되더라도 과거처럼 급락장이 출현할 확률은 낮을 전망이다. 주요 기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전쟁, 미·중 패권 경쟁 등이 만들어낸 불확실성, 고금리 여진, 중국의 부동산 문제 등으로 전년 대비 둔화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둔화 강도는 완만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경기 냉각에 따른 금리인하는 주식시장 급락을 초래할 만한 악재가 되겠지만 현재는 노랜딩 전망이 소프트 랜딩이라는 기존 경로로 다시 복귀하는 단계라서 최근 미국 경기 전망 후퇴가 과거 금리인하 사이클에서 나타났던 부정적인 피드백 루프(어떤 시스템에서 처리 결과의 정밀도, 특성 유지를 위해 입력→처리→출력→입력 순으로 결과를 자동으로 재투입하도록 설정된 순환 회로)를 만들어낼 만한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않을 것이다.

연준의 금리인하는 유동성 주입 효과 외에도 달러화 약세를 만들어내면서 한국 등 신흥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에 추가적인 훈풍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를 보유한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미국 이외 국가에 투자할 유인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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