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 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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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파충류는 주로 해외에서 들여와 판매합니다. 2018년 한국에 수입된 해외 야생동물은 총 52만9205마리였는데, 그중 포유류가 2만194마리, 조류가 3320마리였고 양서류가 18만220마리, 파충류가 32만5471마리였습니다.
그런데 이때 포유류와 조류만 검역을 받아 문제가 됐습니다. 국내에 유입된 해외 야생동물 95.6%가 양서·파충류지만 이들에 대한 검역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야생동물을 통한 감염병 전파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 거죠.
그 밖에 악어류는 뇌에 치명적 손상을 일으키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의 숙주이고, 다수 야생 파충류가 ‘동부 말 뇌염’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양서·파충류가 갖고 있는 내외부 기생충이 사람에게 ‘큐열’ ‘라임병’ 등을 전파할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대응에 나섰습니다. ‘야생동물 검역제도’(파충류 수입 검역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겁니다. 야생동물 검역제도는 2021년 5월 국회를 통과한 ‘야생생물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3년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5월 19일 시행됩니다. 해외 야생동물의 질병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그동안 검역하지 않고 수입되던 파충류를 대상으로도 검역을 시행하는 거죠.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간 코로나19 감염병을 보며 정부도 검역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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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 부처는 환경부 산하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입니다. 검역 대상은 거북, 자라, 뱀, 도마뱀, 카멜레온, 이구아나, 악어 등 살아 있는 파충류와 그 사체, 가죽, 알 등입니다. 담당자는 야생동물질병관리원 소속 야생동물검역관인데요. 검역 대상 질병, 지정 검역물 등 검역 관련 교육을 이수한 수의사 가운데 임명됩니다. 야생동물검역관을 도울 야생동물검역사도 둡니다. 검역 대상 질병은 기존에 야생동물 질병으로 규정된 병원체 139종입니다. 생각보다 많죠? 정부는 향후 검역 대상 병원체를 더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만약 검역 과정에서 병원체에 감염된 야생동물이나 물건이 확인되면 수입은 금지되고 반송·소각·매몰 처리됩니다. 당분간 검역은 인천국제공항에서만 이뤄질 예정입니다. 지난해 기준 파충류 98%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반입됐기 때문입니다.
야생동물 검역제도가 처음 시행되는 만큼 당분간 현장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파충류는 종별로 온도, 습도 등 조건이 상이한데, 검역장 계류시설이 이런 점을 반영하지 못하면 검역 과정에서 동물이 폐사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물과 사람, 그리고 생태계의 건강을 위해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 시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