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서 아기 옷을 몇 개 샀는데 몸에 발진이 올라오기에 안 입혔거든요. 이번에 다 버렸습니다. 검사 안 한 물건 가운데 더 심한 게 많을 것 같아서 아예 애플리케이션(앱)도 지웠네요.”
“올해 여름휴가 때 가져가려고 테무에서 아이들 스노쿨링 장비를 사놨는데, 너무 찝찝해서 못 쓸 것 같아요.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 몸에 직접 닿는 물건을 이렇게 위험하게 만든다는 게 화나고 속상할 따름입니다.”
어린이용 슬리퍼와 운동화를 꾸밀 때 사용하는 신발 장식품에선 기준치의 최대 348배에 이르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대표적인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생식 기능, 신체 성장을 저해할 수 있어 어린이 제품에 사용이 엄격히 제한(0.1% 이하)돼 있다. 어린이 장난감 종류인 슬라임 제품에선 가습기 살균제 성분과 기준치 39배 수준의 붕소가 나왔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은 호흡기에 강한 자극을 주고 폐 섬유화를 유발해 어린이 제품에 사용이 금지돼 있다. 붕소는 피부염, 두통, 설사, 구토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물질이다.
관세청 검사에선 252개 어린이 제품 중 15%인 38개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 38개 가운데 27개에서 기준치의 82배에 달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고 6개에서 기준치 대비 최대 3026배의 카드뮴, 5개에서 270배의 납이 나왔다. 카드뮴은 강한 독성을 지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납은 신장, 중추신경계, 생식계 질환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신발, 학용품, 장난감류에선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액세서리와 가방류에선 중금속(카드뮴, 납)이 주로 검출됐다.
중국산 제품은 KC인증 대상이어도 법을 어기고 국내에 반입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안전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불법 제품 21만여 점을 적발했는데, 그중 98.9%가 중국산이었다. KC인증 정보를 누락했거나, KC인증을 획득한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에 인증 정보를 허위로 표시한 제품이 대다수였다. KC인증 대상인 일반 수입품조차 안전성이 위태로운 상황이라 직구 제품은 그 정도가 더 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유해물질 제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자 알리·테무와 ‘자율 제품안전 협약’을 체결했으나 말 그대로 자율 규제라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공정위가 소비자에게 위해가 될 수 있는 제품 정보를 수집해 알리·테무 측에 전달하면 각 사가 제공받은 정보를 입점 판매자에게 알려 위해 제품 유통 및 판매를 중단시킨다는 것인데, 실제 판매 중단으로 이어질 지 미지수라서다. 서울시의 1차 안전성 검사 결과 발표 후 알리 측이 “유해물질 제품을 즉시 삭제하겠다”고 했지만 판매가 계속된 전례도 있다. 당시 알리 측은 “오픈마켓 특성상 판매 제품 수가 많아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궁극적으론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대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5월 15일 전화 통화에서 “공정거래법, 소비자보호법 등이 있음에도 중국 해외직구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에 대한 구제가 어려운 이유는 이들이 ‘우리는 플랫폼만 제공할 뿐’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라며 “현재 국회에서 검토 중인 온라인 플랫폼법이 제정되면 플랫폼 사업자 측에 위해 제품 판매에 대한 책임을 좀 더 강하게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뒤늦게 KC인증을 받지 못한 제품은 직구를 금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제품, 화재 같은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큰 전기·생활용품 등 80종이 그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