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안보에 필수적인 무기 도입이 장장 10년 만에 결정됐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은 4월 26일 제16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해상탄도탄요격유도탄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심의·의결했다. 11월 군이 인수하는 신형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에서 운용할 SM-3 미사일을 구매하기로 확정한 것이다. SM-3 미사일에 대한 소요는 이미 2017년 합동참모본부에서 확정됐다. 그럼에도 실제 구매 결정은 정치적 문제로 오랫동안 표류했다.
2013년 12월 박근혜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심화되자 미사일 방어용 전력으로 이지스 구축함 3척을 추가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해군은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 도입을 막 끝냈지만, 그 정도로는 안보 위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추가 도입을 결정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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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3 마시일 도입을 반대하는 논리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군 일각에서 “SM-3 미사일은 한반도 전장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치권과 이른바 시민사회에선 “SM-3 미사일을 도입할 경우 미·일 주도의 미사일방어(MD)체계에 편입돼 중국과 관계가 악화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2010년대 초반 이미 해군은 외부 연구용역 과제로 SM-3 미사일을 이용한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 작전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바 있다. 당시 시뮬레이션에 쓰인 SM-3 미사일은 초기형인 블록-ⅠA 버전이었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 700㎞, 고도 100~500㎞ 범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 당시 북한이 보유한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북한의 주력 탄도미사일은 화성-6형(스커드-C)과 화성-7형(노동-1)이었다. 화성-6형은 146㎞, 화성-7형은 237㎞ 이상 상승하기에 SM-3 블록-IA로 충분히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당시 SM-3 미사일 도입을 반대하던 일부 인사는 “북한 탄도미사일은 북에서 남으로 날아오는데, 동해나 서해상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SM-3 미사일로는 요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북한 탄도미사일은 비행 거리가 짧고 비행 고도도 낮다. 고고도에서 중거리 이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특화된 SM-3는 한반도 작전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도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미사일 속도와 요격 방식, 북한 미사일 기지와 한국 내 예상 탄착점까지 거리 등을 고려하면 근거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정치적 이유로 SM-3 미사일 도입을 반대하는 정치권·시민단체 등 외부 세력의 지지를 받아 주류 의견이 됐다. 그 결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는 MD 작전에서 성공 확률이 가장 낮으면서도 비용은 가장 많이 드는 ‘종말 단계 하층 방어’에 집중하는 형태로 구축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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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은 4월 SM-3 미사일 도입 결정을 발표하면서도 세부 모델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당시 방사청 관계자는 국내 언론에 “현재 계획한 것은 블록-ⅠA이며, 추가 자료를 받아 블록-ⅠA로 갈지, 블록-ⅡA로 갈지 봐야 한다”고 밝혔다. 블록-ⅡA 개발에는 일본이 참여했다. 자칫 SM-3 미사일 도입 반대파의 반일 감정 여론몰이로 사업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기에 방사청 관계자가 언론에 이런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군이 도입할 수 있는 SM-3 미사일은 블록-ⅡA뿐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SM-3 미사일은 가장 구형인 SM-3 블록-ⅠA와 이를 개량한 SM-3 블록-ⅠB, 완전히 새로 개발해 사실상 별개 미사일인 SM-3 블록-ⅡA 등 3개 종류다. 블록-ⅠA와 블록-ⅠB는 같은 13.5인치 추진체를 사용하지만 유도장치와 자세제어장치 등 일부 부품만 다른 모델이다. 두 미사일의 요격고도는 80~500㎞고 사거리는 각각 700㎞, 900㎞ 정도다. 이에 반해 SM-3 블록-ⅡA는 21인치 로켓을 추진체로 사용해 사거리·요격고도·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사거리는 최대 2500㎞, 요격고도는 최대 1200㎞에 달하며, 비행 속도는 마하(음속) 13.2까지 늘어나 고속 표적 대응 능력이 강화됐다.
사거리와 요격 가능 고도 범위,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된 SM-3 블록-ⅡA는 한반도 전장 환경에서 매우 효과적인 MD 수단이다. 북한의 기존 액체연료 방식 탄도미사일이나 신형 화성-11형 계열 탄도미사일은 군사분계선(MDL)에서 부산까지 날아가는 데 5~7분 시간이 걸린다. 탄도미사일은 상승→중간→종말 단계를 거쳐 비행한다. 상승·중간 단계의 속도가 가장 느리고 전체 비행시간에서 비중도 크다. 경기만(京畿灣)에 떠 있는 이지스 구축함이 미국 탄도미사일 조기경보시스템의 지원을 받을 경우 4분 안에 SM-3 블록-ⅡA 미사일을 함경북도 일대 타깃에 맞힐 수 있다. 북한 미사일이 어느 곳에서 발사돼도 MDL을 넘기 전 북한 상공에서 요격이 가능하다.
북한은 유사시 대량의 탄도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를 섞어 쏘는 ‘하이브리드 타격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그중 어느 것이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인지 분별하는 게 중요한 과제다. 따라서 위성·정찰기·감청으로 북한의 핵탄두 운용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미국과의 정보 공조 수준을 높여야 한다. 미국의 동북아시아 MD 지휘통제체계는 일본과 연계돼 양국 감시정찰자산이 상호 보완적으로 가동된다. 한국군이 북한 핵미사일을 효과적으로 막으려면 한미일 MD 공조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북핵 위협을 피하려면 한국도 미·일 주도로 구축된 MD 네트워크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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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이 도입하는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에 SM-3 블록-ⅡA를 탑재하려면 현행 BMD 5.0 버전을 BMD 5.1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개량에는 척당 수백억 원 추가 비용이 들어가고, 미사일 값만 따져도 블록-ⅡA가 블록-ⅠB의 2배에 가깝다. 하지만 군이 예산을 편성해 SM-3 미사일 도입을 시작하는 내년에 블록-ⅠB가 단종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단종 이후 생산 라인을 되살려 발주할 경우 비용 문제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부품 수급난도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거리가 최대 2500㎞에 달하는 SM-3 블록-ⅡA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선제 요격 수단일 뿐 아니라, 강력한 대중(對中) 압박 카드이기도 하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견제할 전략무기를 갖추면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략무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주한미군 철수,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을 요구할 경우 강력한 협상 카드가 될 수도 있다. 부디 군 당국이 정치적 외압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과 국익을 위한 최선책이 무엇인지 판단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