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확보 총력전에 나섰다(표 참조).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엔 대용량 전력이 필요하고 개발 경쟁이 가속화할수록 그 규모가 더 늘어나는데, 현 전력 공급망으론 증가하는 미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빅테크 대부분이 ‘RE100’에 동참하고 있어 종국엔 투입 전력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재생에너지(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인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 100%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2030년까지 60% 이상, 2040년까지 90% 이상 대체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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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빅테크도 재생에너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지난달 태양광 스타트업 엑소와트 펀딩에 2000만 달러(약 273억4800만 원)를 투입했다. MS보다 앞선 2021년 헬리온 에너지에 3억7500만 달러(약 5127억7500만 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2016년 태양광 기업 솔라시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현재 인도에 잉여 전력 저장장치인 ‘파워월’ 생산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해 지열발전 스타트업 페르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애플은 자체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지난해 대비 30% 증가한 13.7GW로 늘렸다.
빅테크가 이처럼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생성형 AI와 그 시스템을 작동케 하는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서비스의 전력 소비량은 기존 인터넷 서비스의 10배다. 구글 검색엔 평균 0.3Wh(와트시) 전력이 들지만 챗GPT엔 2.9Wh가 드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 데이터센터, 암호화폐 분야의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이 2022년 460TWh(테라와트시)였으나 2026년 1000TWh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한 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에너지 확보 여부가 빅테크 간 생성형 AI 개발 경쟁을 판가름 지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선 “AI 시대 에너지 패권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5월 6일(현지 시간) ‘2024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한 세계 3대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하비 슈워츠 CEO는 “향후 10~30년 동안 경제를 이끌 대형 패러다임은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에너지와 헬스케어 발전에 따른 장수, 그리고 AI로 대변되는 기술”이라며 “세 가지 테마는 서로 연계돼 있는데, 그중에서도 AI는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만큼 선점을 위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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