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응용프로그램에서 고용량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경쟁력이다. HBM3(4세대)와 HBM3E(5세대) 12단을 고객들이 더 찾는 이유다. 전담팀을 꾸렸고, 팀은 정성을 다해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HBM 리더십이 우리에게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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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수주 경쟁은 3분기에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을 2분기 안에 양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치고 나오자 SK하이닉스도 내년부터 공급하려던 HBM3E 12단 제품을 3분기에 앞당겨 양산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양사 제품에 대한 엔비디아 측 품질 테스트 결과는 1~2개월 안에 나올 예정이다. 동일한 사양의 HBM 제품으로 양사가 맞붙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반도체업계에선 두 기업 모두 엔비디아의 승인을 받을 전망이지만 누가, 얼마나 많은 주문량을 따내는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의 HBM3E 12단 발주 규모는 10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시장의 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4 부문에서 펼칠 경쟁에까지 닿아 있다. 3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가 HBM4 패키지와 관련해 당초 예상(720㎛)보다 완화된 규격(775㎛)을 내놓으면서 두 기업의 HBM4 개발 시간표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양산, 삼성전자는 2025년 고객사 샘플링 및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때 양사는 서로 다른 패키징 방식을 채택한다. SK하이닉스는 ‘어드밴스드 MR-MUF’(칩과 칩 사이에 액체 형태 밀봉재를 주입해 굳힘) 기술을, 삼성전자는 ‘TC-NCF’(칩과 칩 사이에 얇은 비전도성 필름을 넣어 열로 압착함)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후공정에 차이가 나는 만큼 삼성전자가 HBM4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과거 악연이 있는 한미반도체와의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미반도체는 HBM 후공정에 필수적인 ‘TC 본더’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2012년 한미반도체가 삼성전자 자회사 세크론(현 세메스)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10년 이상 거래가 끊겼는데, 한미반도체 TC 본더가 타사 대비 수율이 높은 편이라 삼성전자가 HBM4 기술력 향상을 위해 한미반도체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TC 본더를 세메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만 TC 본더를 납품해오다가 최근 삼성전자 같은 후공정 기술을 활용하는 미국 마이크론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5월 9일 전화 통화에서 “삼성전자와 한미반도체 간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실제 계약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논의는 오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5월 7일 전체 D램 시장에서 HBM 비중이 지난해 2%에서 올해 5%로 증가한 뒤 내년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그래프 참조). 매출로 따지면 각각 8%, 21%, 30% 비중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HBM 공급 규모를 지난해 대비 3배 이상으로 늘릴 것이며, 내년엔 올해의 배 이상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의 수익성 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5월 3일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취재진에게 “봄이 왔네요”라고 안사를 건네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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