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이 매달 배당금(분배금)을 지급하는 커버드콜(covered call) 상장지수펀드(ETF)의 은행권 판매 현황을 들여다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고 상품 구조가 복잡한 커버드콜 ETF 판매가 늘어나자 상황 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이 커버드콜 ETF 판매 확대에 나선 것은 많은 인기 때문이다. 매달 높은 수준의 배당금을 또박또박 받을 수 있다는 홍보 덕분인지 커버드콜 ETF 순자산 규모는 2022년 말 약 1200억 원에서 최근 2조 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자산운용사 역시 새로운 커버드콜 ETF를 상장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커버드콜 ETF를 만드는 자산운용사와 이를 판매하는 은행이나 증권사가 아닌,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이 상품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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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드콜 ETF는 상품명에 ‘커버드콜’ 혹은 ‘프리미엄’ 같은 단어가 포함돼 있다. 국내 상장된 커버드콜 ETF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상품은 ‘TIGER 미국배당 7%프리미엄다우존스’다. 지난해 6월 상장돼 4월 29일 기준 6117억 원 자금이 운용되고 있다. 이 상품의 매력은 우선 배당이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미국 배당성장지수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배당성장에 그냥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옵션 프리미엄 매도, 즉 커버드콜 구조를 가져가 안정적인 분배금이 확보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매달 배당금이 현금으로 지급되고 얼마를 받을지 예측이 가능해 현금 흐름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이 ETF와 유사한 상품은 미국에 상장돼 있으며 JEPI라는 티커로 매매된다. 미국배당주 포트폴리오에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한 액티브 상품으로 미국에서 굉장히 인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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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 운용사가 상장한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는 조사 기간 누적 배당금이 292원으로 연환산 389원 배당금을 받은 셈이다. 이를 지난해 6월 30일 주당 단가 1만180원으로 나누면 연 배당률은 3.8%가 나온다. 커버드콜 ETF 배당률이 10%를 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배당률이 너무 낮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절대 놓쳐선 안 될 점이 있다. 배당금이나 배당률만 볼 것이 아니라, 자산 가격 변화도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TIGER 미국배당 7%프리미엄다우존스’ ETF는 해당 기간 가격이 1만235원에서 1만530원으로 2.9% 상승해 연환산 수익률(상승률)이 3.9%였다. 반면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는 1만180원에서 1만1735원으로 15.3% 상승해 연환산 수익률(상승률)이 20.9%였다. 배당은 커버드콜이 훨씬 높았지만 자산 가격은 그 반대였다.
총수익은 자산 가격 상승분과 배당 수익분을 합해서 계산한다. 여기서 커버드콜 ETF 총수익률은 14.2%(가격 상승률 3.9% 배당률 10.3%)고, 기초지수 ETF 총수익률은 24.7%(가격 상승률 20.9% 배당률 3.8%)다. 왼쪽 ‘그래프’는 배당을 제외한 종가 움직임, 오른쪽 ‘그래프’는 배당을 포함한 수정 종가 움직임을 나타낸다. 총수익률 관점에서 두 ETF의 성과 차이를 알려면 수정 종가를 봐야 한다. 아직도 커버드콜 ETF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되는가.
위 사례에서 보듯이 기초지수 ETF 수익률이 높다면 커버드콜 상품을 왜 만든 것일까. 커버드콜 상품이 기초지수보다 유리한 경우는 횡보장일 때다. 횡보장에서는 기초지수 투자 시 얻지 못할 기회비용을 옵션 프리미엄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횡보장이 아닌 경우에는 기초지수 상품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 7% 프리미엄’ ETF 상품이 인기가 높아서인지 최근에는 ‘ 15%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의 ETF도 출시되고 있다. 투자 상품은 무조건 좋거나 나쁜 경우는 흔치 않다. 늘 상대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커버드콜이냐, 기초지수 상품이냐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상품 내용을 정확히 이해한 뒤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참고로 보수도 꼭 챙겨봐야 한다. 사례로 들었던 커버드콜 ETF의 총 보수는 0.37~0.39% 수준인 반면, 기초지수 ETF는 0.01~0.07%로 훨씬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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