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승인한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를 왜 막나?”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2억 원을 넘을 전망이라고 해서 현물 ETF에 투자하려 했는데, 당혹스럽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거래를 금지한 것에 대해 일관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월 10일(현지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데 대해 금융위원회(금융위)가 국내 증권사들의 매매 중개를 금지하자 시장 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당시 “국내 증권사가 해외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건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거래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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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SEC 승인 다음 날인 1월 11일부터 거래가 시작된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는 사흘 동안 약 100억 달러어치(13조1600억 원) 유통됐다. 스탠다드차타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이 올해 안에 500억~1000억 달러(131조60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미국 자산운용사 프로쉐어스는 이번 상장에 이어 SEC에 비트코인 현물 기반 레버리지 ETF 5종을 신청하며 빠르게 대응해 나갔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몇 달 내 이번에 승인된 비트코인 현물 ETF와 유사한 상품 12개가 상장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금융 중심지인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와 동시에 관련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거래가 막히면서 금융당국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거나 ‘코인판 쇄국정책’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2021년 2월 캐나다를 시작으로 독일, 호주 등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됐을 당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국내 증권사를 통해 이 ETF가 거래됐다. 그러다가 미국에서 승인이 나자 부랴부랴 거래를 막은 것이다. 일관성이 떨어지는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은 최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으로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 관련 긴급 현안 보고를 받고, 현행 방침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융위는 현행법상 거래 불가라는 견해를 거듭 밝히고 있어 당장 기존 방침이 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월 15일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에서 정의하는 기초자산에 암호화폐가 포함되지 않아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자본시장법 제4조(10항)에 따르면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 통화(외국통화 포함), 일반상품, 신용위험, 그 밖에 자연적·환경적·경제적 현상 등에 속하는 위험으로서 합리적이고 적정한 방법에 의해 가격·이자율·지표·단위의 산출이나 평가가 가능한 것을 말한다. 또한 2017년 정부는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을 통해 암호화폐 투기 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금융사의 암호화폐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를 금지한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6년 전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이나 국내 현행법상 기초자산에 암호화폐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막은 것은 시대착오적 규제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선 암호화폐나 거래소를 감독관리해야 하는데 이런 골치 아픈 일을 누구도 맡으려 하지 않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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