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살에 꿈꾸던 삶, 살고 있나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YES”라고 답할 수 있는 4050세대가 얼마나 될까. 호기롭던 한때, 나는 부모와 달리 어른이 되면 몸도, 마음도, 경제적으로도 좀 더 여유로울 거라 확신했지만, 요즘 사는 모습은 ‘주식은 도박’이라면서 월급만 차곡차곡 모아 삼남매를 키운 부모보다 각박하기 짝이 없다. 맞벌이 월급으로 한 달 한 달 빠듯하게 살아가는, 여섯 살 아이를 둔 마흔세 살 워킹맘.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가 좌우명일 만큼 흥청망청 살아온 철부지 인생의 결과다.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무슨 돈으로 저 녀석 대학까지 졸업시키지’다.
주식계좌를 만들려면 먼저 증권사와 연계 은행을 골라야 한다. 현재 내가 이용하고 있는 키움증권과 우리은행으로 결정했다. 서류는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 보호자 신분증이 있어야 하고 보호자 도장도 필요하다.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는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된 상세증명서로 준비해야 한다. 물론 아이의 주식계좌는 대면 개설만 가능하다. 서류를 지참한 뒤 은행에 가서 “주식계좌 만들어주세요” 하고 도장 몇 번 찍으면 끝.
마지막으로 증권사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아이 명의로 가입한 뒤 공인인증서를 만들어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에 깐다. 이후 사용 중인 증권사 앱에 아이 공인인증서가 추가돼 함께 사용하면 된다. 생각보다 아이의 주식계좌 만들기는 쉬웠다. ‘진작 만들어줄걸’ 하는 생각이 스쳤다.
예수금! 가장 중요한 예수금 입금이 남았다. 과감히 아이 명의의 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통장)을 깨기로 했다. 2년 전 은행 직원 권유에 넘어가 만든 이자율 1.8%의 청약통장이다. 한 달에 10만 원씩 넣어 252만 원이 적립돼 있었다. 수령 금액은 이자 포함 255만9970원. 원금 252만 원의 이자가 4만 원도 안 되다니. 8월 코스피 조정 시기에 이 돈으로 삼성전자를 매수했다면 10만 원 넘게 수익을 냈을 텐데 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아, 그런데 어떤 종목을 매수해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아이의 주식계좌도 어른 계좌처럼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지만, 왠지 의미 있고 가치투자가 가능한 종목을 사주고 싶었다. 더불어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보탬이 되도록 수익까지 훌륭해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진 한국 우량주부터 애플,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미국 우량주, 얼마 전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전무가 추천한 크루즈나 카지노 등 콘택트 종목도 떠올랐다. 계좌를 만들고 일주일가량 낮밤으로 주식창을 들여다보며 고민 또 고민했다.
9월 7일 TQQQ는 8월 20일 종가 131달러 대비 16% 오른 152달러를 기록했다. 거의 12거래일 동안 상승 중으로, 이때 무모하게 매수할 이유가 없었다. 비록 10년 이상 장투할 테지만, 1원이라도 저렴하게 매수하는 것이 투자의 기본 아닌가. 이날 지정가 142달러에 15주를 예약주문했다. 올가을에는 테이퍼링, 금리인상 등 다양한 변수가 있으니 언젠가는 떨어질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이후에는 청약통장에 매달 10만 원씩 넣었던 돈으로 TQQQ 1주씩을 매수해줄 예정이다. 만약 TQQQ 가격이 떨어지면 싸게 사서 좋고, 올라가면 수익이 나서 좋지 않은가. 그리고 상상해본다. 20년 뒤 대학을 졸업한 아이가 돈벌이가 아닌 꿈을 찾아 행복한 일을 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