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참사, 이번엔 국가인권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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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17. 오전 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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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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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큐레이터]
2017년 3월8일 안창호 당시 헌법재판관이 헌법재판소에 출근하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8월12일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을 새 국가인권위원장에 지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설립 목적과 존재 이유를 전도시키기 위한 의도된 인사라는 비판이 인권위 안팎에서 터져나왔다. 뉴라이트 계열의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인지부조화 상태로 욱여넣으려는 와중이었다.

안 후보자는 공안검사 출신이다. 공안검사는 권위주의 통치 시절 국가폭력기구의 상징 가운데 하나였다. 헌법재판관 재직 때는 간통죄 폐지와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에 반대 의견을 냈다.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 때는 사형제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헌법재판관 퇴임 뒤로는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에 열심이었다. “차별금지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희한한 논리를 내세웠다. 하나같이 인권위의 지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러나 안 후보자의 의식을 뒷받침하는 건 법이 아닌 종교다. 그는 2020년 7월 ‘복음법률가회’를 만들어 공동대표가 됐고, 인권이 종교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복음법률가회는 차별금지법의 담론장을 “영적 전쟁이요, 가치 전쟁의 현장”이라고 규정한다. 인권위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제재하거나 그들의 인권 증진을 권고할 때마다 일삼아 성명을 내어 “인권독재”니 “독재권력의 횡포”니 하며 비판해왔다.

안 후보자 지명은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권 규범을 부정한다. 인권은 선택적·차별적으로 적용될 수 없고, 특히 정교분리와 세속주의는 근대적 인권 개념의 근간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7월29일 ‘인권위의 독립성과 가치를 잘 지켜나갈 수 있는 위원장을 지명해달라’며 윤 대통령 앞으로 보낸 특별서한에도 그런 취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특별서한은 휴지 조각이 되고 말았다.

윤 대통령의 잇단 인사 행위는 그 의도가 무엇이든, 국내는 물론 한-일 관계를 넘어 글로벌로 범주가 확장되고 있다.

안영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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