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력 사건’ 신상 폭로가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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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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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큐레이터]
경남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 <한공주>의 한 장면. <한공주> 갈무리


최근 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2004년 경남 밀양 여자 중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라며 남성들의 신상을 잇달아 폭로하면서 공분을 사는 가운데,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적 보복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피해자 쪽 동의를 구하지 않은 신상 공개로 2차 피해 가능성과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어서다.

이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2024년 6월1일부터 당시 성폭행에 가담했다는 가해자들의 이름과 얼굴, 나이, 직장 정보 등을 공개했다. 이어 다른 유튜브 채널 운영자도 폭로에 나서고, 가해자로 지목된 이를 회사가 해고하는 등의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의 여자친구로 알려진 여성은 자신과 무관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004년 사건의 가해자 44명은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울산지검 특별수사팀은 10명을 기소하고, 20명을 소년부로 송치했다.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은 13명은 ‘공소권 없음’ 결정을 받았고, 다른 사건에 연루된 1명은 다른 청으로 이송됐다. 기소된 이들도 법원에서 소년부 송치 결정을 받아 단 1명도 형사 처분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무분별한 신상 공개라는 사적 제재 방식이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처음 남성들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피해자 가족 쪽과 직접 메일로 대화를 나눴고 44명 모두 공개하는 쪽으로 대화가 마무리된 상태”라고 했지만, 피해자 지원단체였던 한국성폭력상담소는 6월5일 자료를 내 이를 반박했다. 단체는 “피해자 쪽은 첫 영상을 게시하기 전까지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전 동의를 질문받은 바도 없다”며 “상담소와 피해자 쪽은 피해자의 일상 회복, 피해자의 의사 존중과 거리가 먼, 갑자기 등장한 일방적 영상 업로드와 조회수 경주에 당황스러움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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