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여의도 정치권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전 대표)의 생일을 주목했다. 이 의원은 1985년 3월 31일생으로, 내년 봄에 만 40세가 된다. 4월부터 대통령선거에 나설 수 있는 ‘피선거권’을 갖게 된다.
내년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조기 대선은 8년 전인 2017년 봄 선거 때보다는 경쟁 구도가 간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가 유력한 대선주자로 손꼽히고, 국민의힘 후보가 이 대표와 대적하게 된다면 제3의 후보로는 이준석 의원이 등장하게 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만약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 결정을 내린다면, 집권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 ‘1강 (이재명) 1중(국민의힘 후보) 1약(이준석)’ 구도가 될 것”으로 예견했다. 그 때문에 엄 소장은 내년에 이준석 의원의 선택이 대선의 가장 큰 변수라고 보았다. 국민의힘에서 누가 후보가 되든 이 의원과의 단일화 여부가 이재명 대표와의 승부에 가장 큰 변수가 된다는 것이다.
새 인물 ‘갑툭튀’ 가능성은 낮아
올겨울 대선을 꿈꾸는 ‘잠룡’들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몸을 풀겠지만, 조기 대선의 특성상 새로운 인물이 ‘갑툭튀’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특히 야권이 사실상 ‘이재명 일극체제’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비명계 대선주자인 ‘3김’(김부겸 전 총리·김동연 경기도지사·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외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부족한 준비 시간을 고려하면 야권 주자로는 압도적으로 이 대표가 유리한 형세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징역형으로 피선거권이 박탈됐고, 정의당 같은 제3당의 후보 등장 가능성도 거의 없다. 엄 소장은 조기 대선의 ‘수혜 후보’로 이재명 대표와 이준석 의원을 꼽으면서 “이재명 대표는 사법리스크가 더 커지기 전에 조기 대선에 출마하기 때문에 다른 후보보다 월등히 유리한 조건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 시기는 이 대표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 대표가 기소된 사건의 2심 판결이 나오기 전에 치러야 승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최대한 차기 대선을 늦추기 위해 헌재의 탄핵 결정을 뒤로 미루려고 애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을 낳고 있다. 사실상 여당을 이끄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9명 중 3명이 공석인 헌재 재판관을 국회에서 추천하더라도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또한 대통령실은 헌재 심판과 경찰·공수처·국방부 공조수사본부의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다. 탄핵 심판 서류를 접수하지 않거나 출석요구서를 받지 않는 방식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검찰총장을 지낸 윤 대통령은 법을 갖고 최대한 ‘물귀신 작전’으로 야당의 이재명 대표를 물고 늘어지는 국면이다”라며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끌어와 최대한 시간을 끄는 이른바 ‘침대축구’ 작전을 구사한다”고 말했다.
6월 선거 땐 오세훈 거취 주목
전문가들은 차기 대선 시기로 내년 6월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아무리 일러도 헌재의 탄핵심판이 내년 3월을 넘길 가능성이 높기에 차기 대선은 6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6월 대선은 공교롭게도 유력한 여권 대선 후보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거취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 시장의 임기는 2026년 6월까지다. 남은 임기가 1년이 되지 않으면 오 시장이 대선에 참여하더라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치르지 않는다. 오 시장이 대권에 도전할지, 서울시장직을 이어갈지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여권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 시장, 그리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이 거론된다. 대다수 전문가는 홍·오 시장과 한 전 대표의 삼각 경쟁 구도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홍 시장, 찬성한 오 시장과 한 전 대표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탄핵 결정이 인용이 된다면 오 시장과 한 전 대표가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엄 소장은 “‘이재명-홍준표-이준석’의 3자 구도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예견했다. 홍 시장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조기 대선에 뛰어드는 만큼 승산이 높다는 것이다.
내년 대선 국면에서 한 전 대표의 재기 여부도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 체제가 무너지면서 지난 12월 16일 사실상 강제 사퇴한 한 전 대표는 특별한 기회를 얻지 않는 한 재기가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보수 측 후보로 한 전 대표가 아니면 이재명 대표를 상대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한 여당의 책임에 방관적이고,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한 조기 대선의 승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다. 다만 언제쯤 태세를 전환하고 새로운 전략을 내세울지 주목하고 있다. 안 대표는 “누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든 이준석 의원을 아우르는 범보수 대연합이 되지 않는다면 야권 후보인 이재명 대표를 이기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모든 수단을 다해 보수층 후보가 단일화돼 민주당 후보와 1 대 1 구도로 가야 전통적인 대선 득표율인 51% 대 49%로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소장은 “보수를 비롯해 중도까지 포함하는 ‘반(이재)명연대’가 아니라면 보수 측 후보는 결코 이길 수 없다”고 예견했다. 보수층과 중도층에서 감지되는 ‘반이재명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모으지 않는 한 민주당 후보를 꺾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홍 소장은 “만약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준석 의원과 단일화를 하지 않는다면 그냥 2위와 3위의 싸움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의원의 3월 31일 만 40세 생일이 이번 조기 대선의 승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됐다는 점에서 이 의원을 대표직에서 쫓아낸 친윤계의 지난 선택이 회자한다. 엄 소장은 “국민의힘 후보가 이준석 의원과 단일화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등 모든 수단이 성공해야 겨우 비슷하게 맞설 수 있을 만한 국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