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결정 지연·불구속 수사 전략
윤갑근 “7일 저녁에도 관저서 만났다”…‘도피설’ 전면 부인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할 수 없다며 자신을 조사 없이 기소하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를 마친 뒤 수사를 받는 것이 원칙이라고도 했다. 헌재의 탄핵 결정을 지연시키고, 최대한 늦게 불구속 상태로 수사와 재판을 받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효인 체포나 수사에는 응할 수 없다”며 “(대통령 조사 없이) 기소를 하거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 재판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 같은 입장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어 사전구속영장 청구가 불법이라는 입장은 변함없다”면서도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공무원들이 희생되는 건 막아야 하기 때문에 사법기관에서 진행되는 절차에는 응한다는 것”이라고 윤 대통령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두 차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인정할 수 없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전날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재발부되면서 2차 집행 시도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데 대해 “전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최고의 대의기관 위치에 있는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불법을 자행하면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이야말로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윤 변호사는 “체포에 집착하는 이유는 망신 주기”라며 “공수처도 다른 방안을 찾기를 촉구하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지금 대통령을 조사해서 더 이상 확보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에 응할 수 없으며 체포돼 조사를 받더라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니, 수사 결과에 자신이 있으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라는 것이다.
이창민 변호사는 “구속 상태가 아닐 경우 여론이 잠잠해지면 대통령으로서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내 또 다른 ‘내란 시도’를 할 수 있다”며 “일단 체포부터 피해보려는 심산”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수사는 탄핵심판이 결정된 이후에 진행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내란죄 철회, 기일 지정 등 ‘혼란’이 정리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향후 절차, 증거능력 등을 계속 문제 삼아 헌재 결정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수사는 헌재 결정 이후에야 응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윤 변호사는 야당이 제기한 윤 대통령 도피설과 관련해 “어제 저녁에 관저에서 대통령을 뵙고 나왔다”며 “있을 수 없는 거짓 선전·선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