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을 조사 중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블랙박스의 일부인 비행기록장치(FDR)를 6일 오후 항공편을 통해 미국으로 보냈다. 미국행에는 국내 사조위원 2명이 동행했다. 이들은 미국 현지에 머물면서 FDR 데이터 추출 및 분석 일정 전반을 함께 진행한다.
항공 전문가들은 FDR에 담긴 데이터가 손상되지 않고, ‘커넥터(FDR과 분석 컴퓨터를 연결하는 선)’ 분실로 인한 기술적 문제만 해결된다면 비행기록 데이터 추출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승무원 2명을 제외한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대규모 참사인 만큼 사고 원인 및 책임 소재를 명시한 ‘종합보고서’가 공개되기까지는 길게는 몇년이 걸릴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관건은 미국에 도착한 FDR의 데이터 추출작업이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되느냐다. 통상 블랙박스는 접수 순서대로 분석하지만 사고의 긴급성, 피해 규모 등에 따라 순서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이번 참사는 대규모 인명피해 때문에 합의만 된다면 최우선적으로 분석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FDR 분석이 서둘러 진행되더라도 기존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 종합보고서 작성이 완료되기까지는 최소 6개월 이상, 길게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FDR은 항공기가 이륙하는 순간부터 착륙 후 엔진을 끌 때까지 비행경로와 고도, 비행속도, 엔진 성능, 조종사 입력 데이터 등 모든 기록을 담고 있다. 최소 25시간 이상의 비행정보가 저장되기 때문에 여객기가 새 떼와 충돌하기 이전부터 기체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사조위는 지난 2일 음성기록장치(CVR)에 담긴 최대 2시간 분량의 음성 추출을 완료했고, 이틀 뒤인 지난 4일 녹취록 작성까지 완료했다. 사조위는 우선 확보한 증거들을 토대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보낼 예비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예비보고서에는 한·미 합동조사단의 사고원인 조사 결과가 대략적으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법학과 교수는 “한·미 합동조사단에 이번 사고 여객기 제작사(보잉)를 비롯해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엔진 제작사(GE) 등 관련자들이 모두 들어가 있는 이유는 결국 책임 소재를 다투기 위한 것”이라며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가 나오지 않게 신경전을 하는 과정이 길어지면 종합보고서 작성까지 1~2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