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보다 더 힘듭니다”…꽁꽁 얼어붙은 내수[‘트럼프 피벗’ 한국경제 어디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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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에 소비 여력 줄어든 소비자
카드 매출, 일년 내내 전년 대비 ‘마이너스’
현재 생활 형편, 6개월 뒤 전망 CSI 모두 90 아래
고환율까지 고착화하며 기업들 우려도 커져
한 고객이 지난 11월19일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에서 귀마개를 만지고 있다. 정효진 기자


“IMF 때보다 더 힘듭니다.”

반려동물 사료·용품 등을 유통하는 A씨는 현 경기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A씨가 반려동물 관련 사업에 뛰어든 건 1989년이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굵직한 경제 위기 상황을 겪은 A씨지만 요즘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손님들 지갑이 얇아졌다”며 지난해보다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말했다. 매장을 찾는 고객 한 명당 씀씀이가 지난해만 해도 3만원 정도였는데 올해 1만원으로 3분의 1로 떨어졌고, 온라인 소비자들도 가성비를 높이기 위해 사료의 경우 반년치 대용량을 사 소분해 사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했다. 또 간식 소비를 줄이고, 소모품인 의류나 방석은 안 입히거나 안 쓰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코로나19 때 매장이 많이 늘어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지난여름 이후 한 주에 두세 군데씩 폐업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 회장은 “펫산업은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됐을 때 나아지는 대표적인 선진국형 산업”이라며 “내수 침체로 지금 어려운 건 펫산업뿐 아니라 소상공인 대부분 다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결국 소득이 늘어나야 현재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데 올해는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에 소비 여력이 줄어들며 내수 경기를 더 얼어붙게 하고 있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주요 업종별 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1~9월 전체 카드 매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꾸준히 감소했다. 10월에는 전년 같은 달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이는 전년 10월 매출부터 크게 줄어든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로 보면 교육과 펫·문화, 식음료, 레저 등의 감소 폭이 컸다. 생활 형편이 악화하자 생계에 덜 필수적인 업종에 대한 소비를 먼저 줄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계 재정 상황과 관련해 생활 형편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이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2월 ‘현재 생활 형편’ 소비자동향지수(CSI)는 87로 2023년 11월 이후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 생활 형편 CSI는 생활 형편이 6개월 전과 비교해 낫다고 응답한 가구가 많으면 100을 초과하고, 안 좋다고 응답한 가구가 많을수록 100 아래로 떨어진다. 월 소득이 400만~500만원인 가구도 85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2월은 거의 모든 소득구간에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6개월 뒤 생활 형편이 나빠질 것이란 전망도 더 많았다. 지난해 12월 ‘생활 형편 전망’ CSI는 86으로 2023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중 가장 높은 소득구간인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인 가구도 89를 기록했다.



고물가·고금리로 가계와 기업 모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1400원 중반대 고환율은 얼어붙은 내수를 더 압박하고 있다. 국내 식품·유통업체들은 고환율에 따른 피해가 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수입 식자재와 상품 가격이 크게 올라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품 업계의 원가 구조를 보면 70% 이상이 수입 농수산물 등을 쓰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을 1300~1350원대로 예상해 1400원을 넘어선 현 상황은 진퇴양난”이라고 전했다.

오르는 수입 원재료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업종은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전가하지 못하는 업종은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수입 업체들은 빨리 환율이 안정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국내 정치적 상황에 내수 기업 역시 불안해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내수 경기 전망 지수를 보면 비상계엄 사태 전부터 제조업이나 비제조업 모두 하락 추세였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반도체 하도급 중소기업들이 불안해하는 가운데 탄핵소추가 인용될지, 어떤 정부가 들어설지 모두 불확실한 상황이라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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