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트랜스젠더 고교생이 던지는 질문…“학교 다닐 권리, 공평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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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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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17·활동명)은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마치고 올해 초 학교를 그만뒀다. 은성은 트랜스젠더 남성(Female to Male·FTM) 청소년이다. 그는 법적·생물학적 성별을 드러내지 않은 채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남성으로 정체화했다. 담임교사 등에게는 미리 사정을 설명해뒀기에 학교 측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수련회에서 불거졌다. 남성으로 알려진 은성은 남학생 숙소를 이용하게 해달라고 했지만 학교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학교는 ‘남녀 혼숙 불가, 다른 학생들의 성적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을 거론하며 ‘성별을 밝히지 않는 것은 가능하지만, 거짓을 말해 다른 학생들을 속일 순 없다’고 했다.

결국 은성은 수련회에서 법적 성별이 드러나게 될 것을 걱정해 참가를 포기했다. 이후 우울증 등이 심해져 자퇴한 후 학교 밖에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은성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지난 8월 인권위는 학교가 트랜스젠더 청소년을 수련회에서 배제한 것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서울시교육청에 트랜스젠더 학생의 교내 성별 분리시설 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결정문에는 학교가 제대로 대응할 수 없던 현실에 대한 고민이 묻어 있다. 인권위는 “공교육의 역할과 의미 등에 비추어 보면 교육당국이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교육청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 실태조사 등을 권고했다. 개별 학교가 트랜스젠더 청소년 관련 생활 지침 등을 수립하려면 교육청 등 더 높은 단위에서 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여겨져왔다. 다양한 성 정체성, 차별금지와 존중을 가르치는 성교육은 없다. 은성도 소통을 시도했지만, 벽을 느끼며 지냈다고 했다. 그는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트랜스젠더라는 개념 자체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며 “도덕 선생님이 교실에서 트랜스젠더 비하·혐오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교육청 산하에 ‘학생인권교육센터’를 설치한다. 이 센터는 인권침해 진정 조사·구제 등에 초점이 맞춰져 트랜스젠더 학생 인권 정책 등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은성과 인권위·교육청 관계자 등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트랜스젠더 청소년에 관한 ‘최소한의 고민’조차 한국 사회에서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 교육 현장에서 트랜스젠더 인권 정책은 운을 떼기도 쉽지 않다.

일본·미국 등 해외에서는 트랜스젠더 학생의 학교생활에 관한 지침을 정부 차원에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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