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지난 23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 배터리 소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 대표가 바뀌었다. 당분간 지속될 구조적 불황 국면을 새로운 진용 아래서 헤쳐가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 지원과 낮은 인건비를 앞세워 글로벌 음극재 시장을 90% 이상 장악한 중국발 저가 공세를 어떻게 뚫을지가 관건이다.
24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점유율 기준으로 글로벌 음극재 시장 10위권은 7위(일본 히타치), 8위(포스코퓨처엠), 10위(일본 미쓰비시)를 빼면 모두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2022년 60%대에 달하던 음극재 세종2공장 가동률이 최근 15%대로 추락할 정도로 심각한 영업 부진에 직면해 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국내산 음극재 구매량 비율은 2020년 41.5%에서 올해 17.1%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중국산을 포함한 해외 비중은 58.5%에서 82.9%로 올라갔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라는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어떻게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한 푼이라도 싼 가격에 음극재를 사들이기 위해 중국 업체로 눈길을 돌리고 있어서다.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배터리 핵심 소재 사업 부문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포스코그룹 차원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조기 인사를 통한 고강도 쇄신 작업에 속도를 낸 배경이다.
엄기천 신임 포스코퓨처엠 대표는 포스코 베트남법인장, 포스코 철강기획실장 및 마케팅전략실장을 거쳐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사업부장을 지내는 등 실무에 두루 밝은 내부 전문가로 통한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가뜩이나 중국의 배터리 공세가 거센 상황에서 음극재 경쟁력마저 잃어버린다면 2021년 중국발 ‘요소수 대란’과 같은 공급망 불안정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생태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의 붕괴는 중국 의존도를 심화시켜 배터리 제조사와 전기차 회사로까지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2020년까지만 해도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공장 가동률은 80~90%에 달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영업이익률도 꾸준히 10%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전기차 캐즘이 겹치면서 실적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포스코퓨처엠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3억67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3%나 줄어들었다.
여기에다 미국이 지난 5월 음극재의 원료인 중국산 흑연에 대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해외우려집단(FEOC) 규제’를 2026년까지 2년 유예하는 바람에 앞날마저 더 불투명해진 상태다.
박태성 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포스코그룹의 음극재 사업은 국내 공급망의 사실상 ‘방파제’ 역할을 하는 만큼 사업을 유지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연구·개발 지원뿐만 아니라 구매 보조금, 세액 공제, 전력요금 감면처럼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국가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