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동상’ 강행에 갈라진 동대구역…위법 설치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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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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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시대정신 퇴행” 비판에 보수 단체는 맞불 집회
홍준표 “반대 소용없다”…철도공단,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
예산 6억 들인 3m 동상 제막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열린 23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동상 설치 찬성·반대 집회가 각각 열렸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정희 동상 주변에서 환호하고 있다(위쪽 사진). 시민단체 ‘박정희 우상화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은 동상 설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열린 23일 대구 대표 관문인 동대구역에서는 오후 내내 격앙된 목소리의 구호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동대구역 광장에서는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찬성하는 보수 성향 단체 인사 등 수백명이 각각 모여 집회를 열었다.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면서 경찰이 인력을 대거 배치해 양측 충돌을 막아야 했다.

대구 시민단체 등이 연대한 ‘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와 야당 관계자들은 낮 12시30분부터 ‘박정희 우상화 반대 및 대구시장 규탄 시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박정희 동상 설치는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퇴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엄창옥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상임대표는 “대구시민으로서 동대구역 관문에 박정희 동상이 세워지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며 “민주시민의 이름으로 동상 설치가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사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이들은 “대구시가 불법으로 동상을 설치하고 있다”면서 “독재자 박 전 대통령을 숭배하고 있는 홍 시장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 시민들은 광장 한편에 자리를 잡고, 동상 설치 반대 인사들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경찰이 두 집회장 사이를 차단벽으로 분리해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다. 동상 설치 찬반 집회가 열리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오후 2시 제막식 행사는 강행됐다.

이날 대구시에 따르면 공개된 동상은 높이 3m로, 1965년 가을 박 전 대통령이 추수하며 활짝 웃던 모습을 형상화했다. 동상 뒤쪽에는 ‘박정희, 대한민국 제5대~9대 대통령’이라는 소개 문구가 적혀 있다. 건립에는 예산 약 6억원이 투입됐다.

제막식에 참석한 홍 시장은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는 언제나 공과가 있다. 공이 있다면 그 공도 기려야 하는 것이 후손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요즘 시국이 어수선하다 보니까 저 사람들이 또 기승을 부리는 거다”라며 “아무 소용 없다. 시민들은 70% 이상 찬성한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제막식까지 완료됐지만 동상 설치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국가철도공단은 대구시가 협의 없이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지난 13일 대구지법에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대구시는 그러나 2018년 제정한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 관리 조례’에 따라 시에 광장 사용 허가 및 제한, 사용료 부과 등 동대구역 관리·사용·수익권이 있다며 맞서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8월에는 동대구역 광장의 이름을 ‘박정희 광장’으로 바꾸겠다고 밝히고 폭 0.8m, 높이 5m의 표지판도 세웠다. 구조물 가장 윗부분에는 부조 방식으로 박 전 대통령 얼굴이 새겨져 있고, 아래쪽에는 ‘PARK JEONG HEE SQUARE’라고 작게 적혀 있다.

대구시는 내년 준공 예정인 남구 대명동 대구대표도서관 앞에도 높이 6m, 기단 2m인 박정희 동상을 설치할 예정이다. 동대구역 광장을 포함한 2곳의 동상 제작 사업비는 총 12억원이다. 대구시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에서 동상 건립 사업비로 책정된 14억5000만원 중 나머지 2억5000만원은 동상 주변 폐쇄회로(CC)TV 설치와 작가 공모 등에 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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