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년 정규직과 같은 일…LG엔솔 ‘불법 파견’ 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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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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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4명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 제기

배터리 제조 공정 업무에
원청 직접 지시 근거 명백
‘아사히’처럼 결론 날지 주목

LG에너지솔루션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업무에 근로자를 파견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배터리 생산 공정에 투입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원청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해 소송을 낸 사실이 확인됐다.

1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LG에너지솔루션 하청업체 프로에스콤 소속 노동자 4명은 지난 1월 서울남부지법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인 노동자들이 LG에너지솔루션 사업장에 파견돼 직접 지휘 등을 받는 관계였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LG에너지솔루션은 프로에스콤과 도급계약을 맺고 노동자들을 배터리 생산 공정에 투입해왔다. 프로에스콤은 LG에너지솔루션의 여러 공정에 250명가량의 노동자들을 파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들은 각각 2013년, 2014년, 2015년, 2018년부터 충북 청주의 LG에너지솔루션 오창 공장에서 배터리 생산직으로 일해왔다.

복수의 노무 전문가들은 배터리 제조 공정이 노동자가 직접 제조하는 공정이고, 원청업체의 직접 지시가 명백한 증거로 남아 있어 ‘불법 파견’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원고인 노동자들은 배터리 생산의 기초 공정인 ‘믹싱 공정’에 투입됐다. 이 공정은 배터리를 구성하는 양극·음극 활물질과 용매 등을 섞어 ‘슬러리’라는 중간재를 만드는 작업으로 ‘직접 생산 공정’에 해당한다.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제조업의 ‘직접 생산 공정’에 노동자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법률상 예외적으로 파견업무를 허용할 수 있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파견법은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일시·간헐적으로 파견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원고들은 최소 6년에서 최대 11년 동안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 공정에서 일해왔다. 일시·간헐적으로 고용돼 일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법원은 근로관계의 실질을 따져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해왔다. 앞서 내려진 판결들의 쟁점은 원청업체의 ‘업무지시 구속력’이었다. 원청업체의 개입이 실제 하청 노동자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지시였는지가 관건이다. 대법원은 지난 7월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하면서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에게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를 했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정규직 직원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던 대화내역을 증거로 냈다. 온라인 단체대화방에서 LG에너지솔루션 소속 A엔지니어는 “5/9 ○○○○(원자재) □□㎏ 오전 11시까지 준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전 10시 특별안전진단 화재 부문 현장 방문 예정이니 현장 정리 부탁드립니다” 등 생산 업무 및 현장 관리와 관련해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2022년 5월부터 해당 단체대화방에 ‘현장 대리인’ 역할을 맡은 프로에스콤 소속 노동자를 초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의 엔지니어가 단체대화방·전화통화·업무 e메일 등으로 직접적인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소송 관련 입장을 묻는 질의에 “소송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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