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길엔 깨끗한 옷 입고 가고 싶다”···노인들 바람에 수의 장만한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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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0.03. 오후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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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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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남구청 전경. 남구청 제공


‘수의’는 장례를 치를 때 시신에 입히는 옷이다. 고인의 삶에 있어서는 마지막으로 입는 의복이기도 하다. 깨끗한 수의를 입고 마지막 순간 존엄을 지키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노인의 바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의를 직접 고르거나 미리 장만해 두기란 쉽지 않다. 40~60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 때문이다. 하루 식사비도 빠듯한 저소득 노인에게 수의 구매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남겨진 자녀 등 가족에게 수의 값을 부담하게 하는 것도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들에겐 모진 일이라고 한다. 이런 이들을 위해 지자체가 팔을 걷어붙였다.

광주광역시 남구는 “홀로 사는 저소득 고령 노인들이 생의 마지막 여정을 존엄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사랑의 수의’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대상은 80세 이상으로 홀로 사는 저소득 노인 21명이다. 남구는 지난 8월 한 달 동안 신청서를 접수한 뒤 심의위원회를 통해 이들을 최종 선발했다.

남구 사랑의 수의 사업은 지역 노인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한 것이다. 관내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에서 희망 사항을 수렴한 결과 많은 노인들이 ‘수의를 장만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무연고자 등는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공영장례를 지원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의가 입혀지고 관에 담겨져 기본적인 장례 절차가 진행된다.

하지만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눈을 감은 뒤 어떤 수의가 입혀질지, 누가 조문을 올지 몰라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이다. 서류상 가족이 존재하지만 오랜 기간 연락이 닿지 않거나, 사이가 좋지 않은 노인도 더러 있다.

남구에 따르면 이들은 “극심한 생활고로 깨끗한 의복을 장만할 수 없다는 게 가장 서운하다”거나 “부디 가는 길에 깨끗한 옷 한 벌 받기를 희망한다”는 희망을 구에 전달했다. ‘수의를 미리 장만하면 장수한다’는 옛말을 들어 지원을 요청하는 노인도 있었다.

남구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과 함께 조만간 노인들의 집을 방문할 예정이다. 구매한 수의를 직접 건네고 덕담도 건넬 예정이다.

남구 관계자는 “자식이 태어날 때 부모님께서 이쁜 옷을 장만해 주셨던 것처럼 어르신들께 지어 드리는 수의에는 존경과 공경의 마음이 담겨 있다”면서 “마지막 의복인 만큼 귀중한 의미도 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긴 여행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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