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가 타들어가는 듯했다”···김우민의 승부처는 마지막 50m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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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민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동메달을 딴 뒤 믹스트존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파리 | 김은진 기자


300m를 헤엄칠 때까지 2위, 그것도 매 구간 세계신기록 페이스를 계속 유지했다. 마지막 고통의 구간, 350m를 찍고 턴 해 최종 50m를 남겨둔 길에서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온몸을 썼다. “사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12년 만에 한국 수영에 올림픽 메달을 안긴 김우민(23)은 초반 역영으로 기록을 내는 선수다. 전반에 폭발적인 힘으로 기록을 끌어올린 뒤 후반에 페이스를 유지한다. 한국 수영의 유일한 올림픽 메달리스트였던 박태환 이후 처음으로 그 계보를 잇고 메달을 목에 건 김우민은 마지막 100m에서 한계를 이겨냈다.

김우민은 현지시간 27일 밤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결승에서 3분42초50을 기록, 루카스 마르텐스(독일·3분41초78)와 엘리야 위닝턴(호주·3분42초21)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자 자유형 400m 금·200m 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200m와 400m 각각 은메달을 차지했던 박태환이 그동안 한국 수영의 유일한 올림픽 메달리스트였으나 이제 김우민이 그 역사에 함께 한다.

김우민이 27일(현지시각) 오후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수영 자유형 남자 400m 결승에서 역영을 하고 있다. 파리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오전에 예선에서 3분45초52의 저조한 기록에 그치며 자신의 최고기록(3분42초42)에 3초10이나 뒤졌던 김우민은 9시간 만에 다시 나선 결승에서는 기록을 3초나 앞당기며 자신의 최고기록에 불과 0.08 모자란 빼어난 기록을 냈다.

올시즌 기록 1위인 마르텐스가 300m 구간까지 계속해서 앞에 있었지만 김우민은 2위를 유지했다. 온몸이 타들어가는 듯 고통스러웠던 300~350m 구간도 2위로 버텨냈지만 4위였던 위닝턴에게 마지막 50m 구간에서 0.29초 차 역전을 허용했다. 바로 옆 2번 레인에서 또 한 명의 우승후보로 꼽혔던 새뮤얼 쇼트(호주) 역시 쫓아왔지만 김우민은 마지막 한계를 이겨내고 0.14초 차로 그 추격을 뿌리쳤다.

예선에서 김우민은 후반 버티기에 실패했다. 1위로 출발해 100m 구간까지 앞서나가다 2위로 내려간 뒤 300~350m 구간에서 29초23으로 기록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 결승에서, 이 구간의 기록은 28초49였다. 그리고 사지가 타들어가는 느낌으로 헤엄쳤다는 마지막 50m에서는 28초14, 초반 첫 두 구간 다음으로 빠른 기록을 냈다. 금메달을 딴 마르텐스의 마지막 50m 기록은 28초25였다. 김우민이 더 빨랐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초반 스퍼트를 낸 뒤 마지막 버티는 힘을 절정으로 끌어올린 최고의 역영이었다.

수영 김우민이 27일(현지시간)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수영 자유형 남자 4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획득하고 주먹을 불끈쥐고 있다. 파리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메달은 잘 하는 선수들이 모인 3~5번 레인에서 주로 나오지만 예선에서 7위로 부진해 가장 끝, 1번 레인에서 경기하고도 김우민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우민은 “350m 갈 때 굉장히 힘들었다. 마지막 턴을 하고 난 뒤에 사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었지만 올림픽 메달을 위해서는 감당해야 될 무게라 생각했고 그걸 참고 잘 이겨낸 것 같다”며 “동메달인 건 전광판 보고 알았다. 마지막 50m는 진짜 다른 생각 하나도 없이 그냥 저 터치패드를 빨리 찍어야겠다는 생각 하나만 하고 달렸다. 터치하고 오른쪽을 봤는데 관중석에 태극기 든 분들이 많았다. 그 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나 해냈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웃었다.

뭐 하나라도 걸고 올라가야겠다 다짐했던 시상대에 동메달을 걸고 올라간 김우민은 이후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황금세대라 불리는 파리올림픽 한국 수영의 첫 문을 열어야 한다는 부담도 털어낸, 행복하고 뿌듯하고 훈련한 많은 감정이 섞인 눈물이었다.

수영 김우민이 27일(현지시간)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수영 자유형 남자 400m 결승에서 3위를 차지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파리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우민은 “시상대에 올라가면서 ‘결국엔 걸고 올라가는구나’ 생각이 들어 계속 울컥했다. 우리 멤버들과 같이 훈련했던 생각이 많이 났다. 일주일에 세 번씩은 정말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그럴 때마다 힘이 됐던 트레이너, 코치, 선수들 다 진짜 고마워서 생각이 많이 났다”며 “첫날에 메달을 따서 다른 선수들도 충분히 자신감과 용기를 가질 거라 생각한다. 대한민국 수영의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하고, 뒤에 남은 200m 황선우와 800m 계영에서도 또 한 번 기적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우민은 이틀 연속 헤엄친다. 현지 시간 28일 오전 시작되는 자유형 200m에도 출전한다. 황선우의 주종목이지만 김우민도 함께 출전해 이날 예선과 준결승을 치르고 결승에 진출할 경우 29일 또 경기한다. 그리고 30일 계영 800m에서 동료들과 함께 한국 수영의 단체전 첫 올림픽 메달의 위업을 위해 또 도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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