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출산을 장려한다는 이유로 감세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여당의 부자감세에 맞서 서민감세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부가 이미 발표한 저출생 감세 대책의 재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23일 자동차 취득세 감면 기준을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으로 확대하고 감면금액도 현행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늘리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안 의원은 전날에는 첫째를 낳으면 자녀 세액공제를 현행 15만원에서 30만원으로, 둘째부터는 2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확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15일엔 결혼하면 300만원의 특별세액공제를 해주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내놨다.
이들 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표한 ‘저출생 대책 3종 세트’에서 감세 범위만 확대한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자녀 세액공제를 현행 첫째아 15만원, 둘째아 20만원, 셋째아 30만원에서 각각 25만원, 30만원, 40만원으로 10만원씩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취득세 감면 대상도 기존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혼인신고를 한 신혼부부에게 100만원 규모의 특별세액공제 도입도 추진한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도 전날 기업이 노동자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면 50%를 해당 과세연도의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 역시 윤 대통령이 이미 발표한 저출생 대책에서 감세 범위만 줄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민생토론회에서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 지원금은 전액 비과세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고 더 많은 근로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달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을 초등학생 예체능 학원비까지 확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정일영 의원 대표발의)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세액공제율은 15%, 공제 한도는 1인당 연 300만원이다. 민주당은 정부의 ‘부자 감세’에 맞서 ‘서민감세’를 하겠다면서 각종 감세안을 추진중이다.
정부·여당과 민주당 일각에서는 출생률을 높이려면 감세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득세 실효세율이 낮은 한국의 상황상 세제 감면의 출생률 제고 효과가 크지 않으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에서 평균 임금 100%를 버는 두 자녀 홑벌이 가구의 소득세 실효세율은 4.75%인데, 같은 임금을 버는 무자녀 단독가구의 소득세 실효세율은 6.57%로 차이가 1.82%포인트에 불과하다. 자녀 유무에 따른 세 부담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을 줄여주는게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3년 세법개정안 분석’ 보고서에서 “실효세율이 낮고 세부담이 고소득구간에 집중된 우리나라 소득세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출산·양육 지원방안으로 조세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