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거쳐 공식 지명···유리한 위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지지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바이든 선거 캠프와 민주당이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대선 후보로 지명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열린 경선’ 형태로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엑스(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게 되어 영광이다”라며 “대선 후보 지명을 얻어내고 이기는 것이 내 의도”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극단적인 ‘프로젝트 2025 어젠다’(보수 싱크탱크들의 트럼프 집권 2기 대비 정책 제언집)를 물리치기 위해 민주당과 미국을 단결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첫 TV토론 참패 이후 25일 만인 이날 대선 후보직 사퇴를 발표하고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는 다음 달 19일 시카고에서 개막하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거쳐 공식 지명되기 때문에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직을 자동 승계할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 지명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밤 10시 기준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전체 대의원 과반인 1986명 중 531명의 지지를 받았다고 더힐은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선거캠프의 조직과 자금 등을 사실상 그대로 넘겨받으며 비공식적인 선거 운동의 막을 올렸다. 바이든 선거캠프는 명칭을 ‘해리스를 대통령으로’로 변경했다. 이로써 해리스 부통령은 캠프가 지난 6월 말 기준 확보한 9600만 달러(약 1333억원) 상당의 선거자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민주당 내 정치적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해리스 부통령은 상·하원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2일 오전 1시 기준 민주당 소속 상·하원의원 263명과 주지사 23명 가운데 약 60%인 178명이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경쟁할 대선 주자로 거론됐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조슈아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도 지지를 선언했다. 대선 주자 후보군에 속한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내 경선 등 절차를 거쳐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을 탈당한 조지프 맨친 상원의원이 대선 출마를 위해 민주당에 복귀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결정은 환영하면서도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는 않았다.
또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직후 해리스 전 부통령을 지지한 반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최고의 애국자”라면서도 해리스 부통령 등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열린 경쟁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