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도 전공의 미복귀 계속되는데··· “응급실 등 필수의료 대책 미흡”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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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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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전공의 사직 처리를 완료해 정부가 사직 규모를 발표한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대학 병원에 전공의 사직 관련 호소문이 붙어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2월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대부분이 병원에 돌아오지 않았다. 전공의 대다수는 하반기에도 돌아오지 않겠다는 분위기여서, ‘전공의 없는 병원’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의료공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부가 전문의중심 병원 전환으로 체질개선과 함께 응급실 등 필수의료 현장 공백을 최소화하는 단기 대책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8일 의료계와 정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기준으로 전국 수련병원 211곳의 전공의 복귀율은 평균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대로면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한 현재의 의료현장은 9월 재수련 전공의가 모집되기 전까지 최소 두 달 간 더 지속된다.

우선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된 결원을 채우지 못하고, 특히 지역 전공의들이 사직 후 수도권으로 쏠릴 수 있어 지역의 의료공백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대 등 일부 의대 교수들은 수련병원들의 전공의 사직서 수리 방식에 반발하면서, 9월 전공의 모집에서 신규 전공의를 뽑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정부는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를 늘려서 장기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 중심 병원’이 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7일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법제화하고 인력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간호사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됐다.

정부는 전공의 없이도 병원 운영이 가능하도록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해 상급종합병원의 환자수를 줄여서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개편을 하려고 하고 있다”며 “큰 틀은 경증이나 중등증환자 비중을 줄이고, 입원 병실 중 일부를 줄여 그 부분을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복지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서 이같은 방안을 논의해 지난 11일 최종 발표했다. 중증·희귀질환 외 환자를 지역 2차 병원으로 분산해 보내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중증 수술 수가 등을 올려 상급종합병원이 더 적은 수의 환자를 봐도 이익을 낼 수 있게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참여병원을 모집한다. 김 정책관은 전공의들을 복귀시킬 추가 유인책에 대해서는 “9월 수련 특례 외에 추가적인 유인책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은 장기적인 방향성을 갖고 추진하는 내용들이다. 당장 필수의료 현장에서 터져나오는 진료인력 부족 문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응급실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최근에 충남 천안 순천향대천안병원, 국립중앙의료원의 응급의학과 전문의(응급실 전담의)들의 사직이 잇따르고 권역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일시적으로 운영 중단이 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실제로 이런 문제를 겪는 곳이 100곳이 넘는다”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정부는 응급의료센터 문제에 대해 광역응급상황실의 전원 이송 업무를 강화하고, 응급 상황 발생 시 같은 권역 내에서 당직 의사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중증·응급질환별 순환당직제도 진료과목을 확대하겠다고 대책을 내놨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순환당직제는 예전에도 했다가 실패한 제도다”라며 “지금은 환자를 어디로 보내느냐가 아니라 아예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 문제”라고 했다. 이어 “지금 상황으로는 9월에 응급의학과로 돌아올 전공의도 없어서, 내년 의료인력 공백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안대로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도 이대로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순천향대 응급의학 전문의 사직 사태에서 보듯이,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문의들의 사직도 늘어나고 있다”며 “(업무량이 많은) 대형병원, 필수의료과 중심으로 전문의 사직이 더 많아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비상진료체계 같은) 정부 조치들도 지난 조치들을 연장하는 것일 뿐, 앞으로 벌어진 공백을 해결할 실효적인 조치는 없어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병원장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권남용죄로 고소하기로 했다. 이날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등 ‘빅5’ 대형병원과 고려대병원 소속 전공의 100여 명이 오는 1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소속 병원장들과 조 장관을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공의들은 조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를 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의대 증원 인원을 결정해 직권남용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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