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봉화 농약 사건’…오리고기 아닌 ‘커피’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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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8. 오후 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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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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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경찰청 감식반이 지난 17일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을 찾아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봉화에서 복날을 맞아 음식을 나눠 먹은 마을주민이 농약에 중독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커피’에 독극물이 들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북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사건 당일인 지난 15일 피해자 4명이 식사 후 경로당 한 방에 모여 커피를 마신 것으로 확인돼 관련 증거를 모아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나눠 먹은 오리고기에는 독극물이 있었을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당시 피해자들은 5명이 식탁에 앉아 오리고기 음식을 각자 덜어서 먹는 방식으로 식사를 했으나, 1명에게는 농약 중독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커피를 마신 4명에게 농약 중독 증세가 나타난 만큼 누군가 고의로 커피에 독극물을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로당 냉장고에 있던 커피를 포함한 음료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성분을 분석 중이다.

경찰은 탐문 수사를 통해 ‘냉장고 안에 있는 커피를 빼서 마셨다’는 내용과 ‘바깥에 있던 커피를 마셨다’는 다른 내용의 진술을 확보해 검증하고 있다. 또 원한 범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마을주민들 사이 관계 등도 조사하고 있다.

또 피해자 4명이 사건 당일 오전 6시40분쯤 봉화군 한 그라운드 골프장에서 함께 골프를 친 사실도 확인하고 사건과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현재 입원 중인 피해 주민은 60~70대 여성으로 경로당 회장과 부회장, 회원 2명 등이다. 피해자 중 3명은 상태가 다소 호전 중이나 언제든 악화할 수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2015년 7월 초복에 발생한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건은 마을회관에서 할머니 6명이 사이다에 농약이 든 줄 모르고 마셨다가 2명이 숨지고 4명에 중태에 빠진 사건이다. 당시 냉장고에 보관된 사이다에 농약이 주입된 것으로 수사 결과 확인됐다.

경북경찰청 감식반이 지난 17일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을 찾아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복인 지난 15일 오후 1시50분쯤 봉화읍에 있는 한 식당에서 오리고기를 먹고 경로당으로 이동해 커피 등을 마신 피해자들은 심정지, 의식저하 등의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의 위세척액에서는 살충제 성분인 에토펜프록스, 터부포스 등 유기인제가 검출됐다.

경찰은 용의자가 두 성분이 모두 함유된 특정 제품의 살충제를 사용했거나, 각기 다른 성분이 든 두 가지 살충제를 섞어서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판매 경로를 역추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2018년 포항에서 발생한 이른바 ‘농약 고등어탕 사건’이 일어난 지 6년여 만에 발생했다. 고등어탕 사건은 2018년 4월 아침 식사로 주민이 함께 먹으려고 끓여 놓은 고등어탕을 미리 맛본 주민 1명이 구토 증상을 보인 사건이다. 해당 고등어탕에는 저독성 농약 150㎖가량이 들어 있었다. 농약을 넣은 사람은 마을주민과 갈등을 겪고 있던 사람이었다.

앞서 2016년에는 농약이 든 사실을 모른 채 소주를 나눠마시고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농약 소주 사건’도 있었다. 해당 사건의 용의자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음독해 숨졌다. 해당 용의자도 마을 주민과 불화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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