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정치 대립이 부른 ‘트럼프 피격’…“분열 더 심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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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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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3명 중 2명 “양극화한 정치가 폭력 가능성 키워”
일단 자중 분위기 속 공화당은 바이든에 책임 돌리기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세 중 피격되면서 미국 사회의 분열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치권의 극단적 대립이 불러온 사태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일부 정치인들은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만, 대선 국면에서 벌어진 암살 시도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면서 분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사회는 이번 사건을 ‘정치 양극화가 낳은 폭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피격 사건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3명 중 2명(67%)은 미국의 정치적 환경이 폭력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답했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레이철 클라인펠트도 최근 미국에서 정치 폭력이 꾸준히 증가해왔다는 점에서 “대선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는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날 NBC방송에 출연해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에서 모두 대립의 정치가 심화했다”며 “극단적인 언행을 자제해 정치적 대립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인 조슈아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정치인들이 증오의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될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도 공세를 멈추고 자중하는 분위기이지만 이런 자성의 분위기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미 언론들은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치적 갈등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양당에서 모두 분출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당내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공화당 측이 총격 사건의 책임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사건이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긴 어렵다고 WP는 분석했다. 다수의 공화당 인사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독재자’라고 비난한 탓에 대중의 증오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크 콜린스 하원의원(조지아주)은 “트럼프를 과녁에 넣자”고 말한 바이든 대통령이 암살 시도를 부추겼다며 그를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사태의 결말이 ‘분열’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념적·문화적으로 양극화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벌어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는 분열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혼란은 인종갈등, 베트남전 등으로 정치적 분열이 극에 달해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로버트 F 케네디 전 상원의원 암살 사건이 잇따랐던 1968년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채프먼대학 역사학자 루크 닉터는 “2024년과 1968년의 혼란상은 거의 모든 점에서 닮아 있지만, 암살과 같은 정치적 폭력이 없었다는 점이 중요한 차이였다”며 “이제는 그 차이마저도 사라졌다”고 NYT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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