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과 삶]‘대통령 사람들’로 망가지는 인권기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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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6. 오전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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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인권 장사치들도 방청하고 회의 내용을 왜곡하고, 인권단체가 무분별하게 인권위원 사퇴를 요구하는 작태가 벌어진다. 기레기와 인권장사치는 위원장 편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김용원 상임위원이 한 말이다. 김용원 상임위원의 막말과 혐오발언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오죽하면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 중에 강제 퇴장을 당하고, 국회의원들이 ‘김용원 탄핵법률’을 만들겠다고 할까?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은 상임위원회와 전원위원회가 있는 날이면 막말과 혐오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자신의 의견을 거칠게 표현하고, 자신의 의견만 옳다는 강변을 이어가고 있으면서 지금까지의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구조마저 마음대로 변경시키거나 자신이 해야 할 사건 처리를 미루고는 했다. 군인권보호관이면서 군 사망사건의 피해자 가족마저 고소하는 짓도 저질러왔다. 도리어 자신의 인권 침해적인 언사를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기까지 해왔다. 인권 의식이나 인권적 태도는 기대할 수도 없다. 그릇된 신념에 가득한 독선을 언제까지나 보고 있어야 할까?

“노근리 사건은 불법 희생이 아니다. 부수적 피해다.”

부적절한 인사만 골라서 배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김광동 위원장이 한 말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은 “항일독립운동,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학살·의문사 사건 등을 조사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한국전쟁 전후에 자행되었던 민간인 학살, 그리고 그 뒤에 조작간첩, 강제징집과 녹화사업, 고문과 감금시설의 인권유린 등에 대해서 피해자들의 억울한 얘기를 경청하고, 그들의 억울함을 지금이라도 풀어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민주화 이행기의 정의를 추구해야 하는 기구다. 김광동 위원장은 이 막중한 임무를 맡았음에도 오히려 지금까지 국가적 차원에서 확인된 역사적 사실마저도 부인해왔다. ‘역사부정죄’가 있다면 당장 처벌받을 수 있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과거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려서 죽임을 당한 이들의 사정을 외면하고, 전쟁이니까 죽일 수도 있다는 무서운 인식의 소유자가 과거를 정리하는 기구의 수장으로 앉아 있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무엇보다 국가권력의 남용에 의한 인권 침해를 감시해야 하고, 다양하게 벌어지는 차별을 시정해야 하는 임무를 갖고 있는 기구다. 우리나라 헌법만이 아니라 국제인권규범에 비추어 인권의 기준을 세워나가야 하고, 국가가 국제인권기구들의 권고가 이행되도록 국가기구들을 견인해야 한다. 그런 일을 하기에 김용원 상임위원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한 사람은 누구인가?

긴긴 세월 동안 국가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을 ‘부역자’ 운운하면서 그들은 죽어도 괜찮은 사람으로 몰아세우는 김광동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또 어떤가? 불행했던 과거를 정리하여 국민통합에 기여하겠다는 법의 목적을 실현하기엔 너무 부적절한 인사다.

사실 여기만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는 달리 국가행정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바로잡고,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해 설립된 국민권익위원회는 어떤가? 언론의 자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도 그렇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도 그렇다. 이들 기구들은 모두 합의제 인권기구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들 합의제 인권기구들을 망가뜨리기로 작정하고, 거기에 적합한 인사들을 골라내서 배치한 것만 같다. 그렇다면 참으로 실망이 아닐 수 없다. 보수진영에도 합리적으로 보편적이고, 국제적인 인권기준을 가진 인사들이 많은데 함량 미달의 부적격자만 골라서 배치하는 대통령의 인식 수준이 걱정이다.

인권기구 더 이상 망가뜨리지 말라

그런데 또 걱정거리가 있다. 곧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를 대통령이 지명하게 된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위원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 위원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3배수의 후보를 추천할 것인데, 그때 대통령은 누구를 고를 것인가? 김용원 상임위원이나 그에 비견되는 인식수준을 가진 인사를 지명하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지금까지 그래 왔으니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최악이다. 국민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인권기구들을 더 이상 망가뜨리지 않기를 바란다, 제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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