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문자 보낸 뒤 윤·한 멀어졌다…‘김건희 문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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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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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5~25일 5번 문자
첫 문자 “대통령과 불편…”
윤·한, 이전부터 갈등 분석

한동훈 문자 읽고 답 안 해
21일 용산, 위원장 사퇴 요구
“대통령, 읽씹 격노” 주장도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마음 상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중략)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1월25일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당대표 후보에게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대통령실이 한 후보의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갔던 윤석열·한동훈(윤·한) 갈등이 김 여사 때문에 불거졌다는 점이 당사자를 통해서는 확인된 것이다.

지난 8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월15일부터 25일까지 10일 동안 한 후보에게 5차례 문자를 보냈다. 김 여사는 1월15일 첫 문자에서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다”며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윤 대통령) 기분이 언짢으셔서 그런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김 여사가 말한 특검은 1월5일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가 1월15일 문자를 보낸 것은 1월5일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기점으로 ‘김건희 리스크’가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번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친한동훈(친한)계 김경율 전 비대위원은 1월8일 당 지도부 인사 가운데 처음 ‘김건희 리스크’를 공개 거론했다. 한 후보도 1월10일 제2부속실 설치 필요성과 특별감찰관 도입 추진을 언급했다.

1월15일은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네덜란드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후 칩거한 지 꼭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김 여사의 문자에서 “대통령과 불편하셨던 것 같다”는 표현을 두고 윤·한 갈등이 1월15일 전부터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일 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에 실망감을 드러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후보의 지난해 12월19일 발언이 총선 후 조건부 특검 수용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당시 그는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는 독소조항도 있다”고 했다.

김 여사의 다음 문자까지 사이엔 1월17일 김 전 비대위원이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마리 앙투아네트를 거론하며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한 후보도 1월18일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여사는 1월19일 문자에서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번 만번 사과를 하고 싶다”며 “대선 정국에서 (이력) 허위 기재 논란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 오히려 지지율이 10% 빠졌고 지금껏 제가 서울대 석사가 아닌 단순 최고위 과정을 나온 것으로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있다. 사과가 반드시 사과로 이어질 수 없는 것들이 정치권에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윤·한 갈등이 불거졌다. 1월21일 이관섭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한 후보의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면서다. 문자를 공개한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지난 4일 “대통령께서 뒤늦게 ‘읽씹’(읽고 답장하지 않음) 했다는 것도 안 것”이라며 “이 지점에서 격노를 했다. 그래서 1·21사태로 이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 후보 갈등은 1월23일 ‘서천 회동’으로 봉합됐다.

김 여사는 1월23일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에서 “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다.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또 “김경율 회계사님의 극단적인 워딩에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위원장님의 다양한 의견이란 말씀에 이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여사는 대외적으로 갈등이 봉합됐다고 평가된 이후인 1월25일 문자에서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마음 상하셨을 거라 생각한다”며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조만간 두 분이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오해를 푸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후 한 후보는 김 여사 언급을 자제했다. 한 후보는 지난 1월25일 기자들이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 사과도 필요하다 했는데 입장 변화가 없는가’라고 묻자 “제가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얘기한 적이 있던가”라고 답했다. 한 후보는 2월19일에도 ‘김 여사가 공개 행사를 시작했는데 사과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제 입장을 설명하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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