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머 영국 총리, 첫 기자회견서 르완다 정책 백지화···향후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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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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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5일(현지시간)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총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노동당의 총선 압승을 이끈 스타머 대표는 이날 오후 차기 영국 총리에 위침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영국 총선 결과가 확정되면서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내각이 정식 출범했다. 스타머 신임 총리는 취임 하루 만에 불법 이주민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강제 이주시키는 ‘르완다 정책’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스타머 내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운영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시험대에 올랐다.

‘르완다 정책’은 없애지만 난민 유입은 제한


BBC방송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스타머 총리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 시스템 복구, 교도소 과밀 긴급조치 등을 언급한 뒤 르완다 정책과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스타머 총리는 “르완다 계획은 시작하기도 전에 완전히 끝났다”며 “나는 (이주민 유입) 제지 효과가 없는 술책을 계속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스타머 총리는 의회를 통과해 법제화된 르완다 정책을 어떤 방식으로 폐기할지와 르완다 정부에 건넨 비용을 어떻게 회수할지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르완다 정책’은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해협을 건너오는 이민자를 르완다로 돌려보낸 후, 현지에서 망명 절차를 밟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영국 의회는 보수당의 숙원 정책이었던 르완다 정책을 뒷받침하는 ‘르완다법’을 지난 4월 통과시켰다. 그러나 입법 이후에도 인권침해와 국제법 충돌 등으로 논란이 이어졌다.

노동당은 총선 유세 기간 실효성과 막대한 비용을 이유로 르완다 정책을 백지화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이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르완다 정부에 2억9500만파운드(약 5138억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점점 심각해지는 불법 이주민 문제는 스타머 내각의 주요 과제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프리카 대륙에서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 땅을 밟은 이들은 1만231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다.

스타머 내각은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한 정책은 유지할 계획이다. 선거 기간 중도층 표심잡기에 나섰던 노동당은 르완다 정책을 없애는 대신 국경 단속을 강화하는 국경안보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역대 최다 여성 장관···전쟁 속 외교·안보 해결 과제 산더미


지난 5일(현지시간) 레이철 리브스 영국 신임 재무장관이 런던 다우닝가에서 떠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스타머 총리는 지난 5일 부총리와 재무·외무·내무장관을 비롯한 내각 주요 장관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장관급 25명 중 여성은 11명으로, 영국 역사상 가장 많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스타머 총리가 각 분야 전문가를 대거 기용하며 ‘모든 분야에 재능이 있는 정부’를 구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학기술장관에 의사와 약학연구원 경력을 가진 패트릭 발런스를, 법무장관에 판사·변호사 출신의 리처드 허머를, 법무부 내 교도소·가석방·보호관찰 담당 수석에 전과자 고용을 촉진한 사업가 제임스 팀프슨을 각각 임명했다.

이 밖에 스타머 총리는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 앤절라 레이너 부총리 겸 균형발전·주택 장관,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 등 노동당 지도부로 내각을 구성했다.

스타머 내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두 개의 전장이 벌어지는 가운데 외교·안보 정책에 세심하게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레임덕에 직면하면서 영국의 나토 영향력이 짙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동당은 총선 정책 공약집 대외정책 분야의 첫 부분에 ‘나토와 우리의 핵 억지력에 대한 흔들림 없는 헌신’이라며 나토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고, 영국의 군사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2.3%에서 2.5%로 늘리겠다고 했다.

스타머 총리는 오는 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정책에 대해 논의한다. 여당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되돌리진 않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무역, 국방, 안보, 교육 등 사안에서는 다른 유럽국과 관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영국 최초 여성 재무장관으로 취임한 레이철 리브스는 저성장 시대 적응과 노동당이 공약한 공공복지 강화 숙제를 맡게 됐다. 노동당은 국민보건서비스(NHS) 개혁, 철도 국유화 등 정부 지출이 대폭 필요한 정책을 공약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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