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가 불법인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현직 대통령의 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동성 연인을 공개했다. 이 나라에서 동성애 처벌 정책을 고수해온 이가 그의 아버지라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폴 비야 카메룬 대통령의 딸 브렌다는 ‘프라이드먼스’(성소수자 인권의 달)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 여성과 입맞춤하는 사진을 올리며 “나는 당신을 미친 듯이 사랑하고,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브렌다는 비야 대통령의 네 자녀 중 첫째 딸로, 해외에 거주하며 가수로 활동해왔다. 이후 브렌다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힌 게 아니냐는 반응이 잇따랐고, 그는 “카메룬 대통령의 딸이 커밍아웃했다”는 외신 기사를 공유하며 사실상 이를 시인했다.
카메룬은 동성애를 법으로 금지하며, 성소수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나라 중 하나다. 특히 비야 대통령이 지난 42년간 집권하며 성소수자에 차별적인 정책을 편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이목이 쏠린다. 1972년 동성애금지법을 도입한 카메룬은 모든 종류의 동성애 행위를 금지하며, 위반할 경우엔 높은 벌금을 물리거나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한다.
브렌다가 올린 게시물에는 ‘동성애 혐오에 가장 앞장선 것은 당신의 아버지’라는 취지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브렌다는 이런 지적에 “결국 사랑이 이길 것이다. 나는 혐오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답글을 달았다고 카메룬 CNA통신은 전했다.
브렌다의 ‘깜짝’ 선언으로 비야 대통령의 동성애 관련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 섞인 반응도 나온다. 벨기에로 망명한 트랜스젠더 인권 활동가 샤키로는 “그의 선언은 LGBTQ 커뮤니티에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목소리가 될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인권 변호사 앨리스 은콤은 “용기 있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성소수자를 향한 폭력이 극심한 사회에서 동성애 사실을 밝힐 수 있는 건 특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