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대리점, 택배노동자 유족에 “저라면 산재 안 한다”

입력
수정2024.07.03. 오후 5:24
기사원문
김지환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퀵플렉서 밤샘노동하다 숨지자
산재 신청 못 하도록 회유 정황
쿠팡CLS 측이 지난 2월8일 쿠팡 퀵플렉서로 일했던 정슬기씨(41)에게 빠른 배송을 종용하는 정황이 담긴 문자 메시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제공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CLS 대리점이 밤샘노동을 하다 숨진 쿠팡 퀵플렉서 유족에게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회유한 정황이 확인됐다. 퀵플렉서는 쿠팡CLS와 위탁계약을 맺은 하청업체로부터 일감을 받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쿠팡 퀵플렉서 정슬기씨(41) 유족과 대리점 간 대화가 담긴 녹취를 공개했다. 쿠팡CLS 남양주2캠프 굿로지스대리점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일했던 정씨는 지난 5월28일 자택에서 갑자기 쓰러진 뒤 숨졌다.

녹취록을 보면 대리점주는 지난달 3일 유족을 만나 “제가 유가족이면 산재 (신청) 안 한다. 산재는 일단 기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확실히 된다는 보장이 있으면 상관이 없는데 조금 안 좋다는 내용들(이 있다). 제가 쓰고 있는 노무사, 다른 노무사, 대외협력팀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산재 (신청)을 하면 각 언론에서 유가족을 엄청 괴롭힌다고 한다”고 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 사망원인은 과로사의 대표적 증상인 뇌심혈관계 질환”이라며 “정씨는 주 6일간 오후 8시30분 출근해 다음날 오전 6시30분~7시까지 근무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 특수고용직 노동자이기 때문에 주 52시간 노동시간 규제를 받지 않았다.

대책위가 공개한 문자 메시지 대화 내용을 보면 쿠팡CLS 측이 지난 2월8일 빠른 배송을 종용하자 정씨는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고 답했다. 쿠팡CLS 측은 그간 퀵플렉서에게 업무 지시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와 배치되는 사례가 나온 것이다.

정 의원은 “심야 노동, 장시간 노동은 과로사 요인”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쿠팡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한 녹취는) 쿠팡이 대리점을 앞세워서 유족이 산재 신청을 못하게 회유한 정황”이라며 “(대리점주가 언급한) 대외협력팀은 쿠팡 본사로 추측된다”고 했다.

쿠팡CLS 측은 “CLS가 산재 은폐를 시도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해당 전문배송업체(대리점)가 산재 신청 지원 등 유가족 지원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원청인 쿠팡CLS가 퀵플렉서에게 업무 지시를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CLS는 배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택배기사 문의에 응대하기 위해 대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에 대한 직접적 업무 지시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주6일·새벽배송’ 쿠팡 퀵플렉스 기사 지난달 사망···노조·유족 “과로사”
지난달 40대 쿠팡 퀵플렉스 새벽배송 노동자가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경기 군포시에서도 비슷한 사망사고가 있었다. 노동계와 유족들은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택...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6271540001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