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먼저 겪은 일본, ‘페달 오조작 방지’ 안전장치 의무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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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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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거리. AFP연합뉴스


노인 인구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이 자동차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착각하는 실수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 장착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68세 운전자의 역주행 사고로 9명이 사망해 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 정부의 대책에 이목이 쏠린다.

2일 아사히신문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내년 6월부터 도로운송차량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신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를 위한 장치 부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안전장치는 차량 앞뒤로 부착된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장애물을 감지한다. 차량이 정지한 상태에서 갑자기 가속 페달을 밟으면 자동으로 엔진 출력을 낮춰 급발진을 막는다. 특히 장애물이 1∼1.5m 앞에 있는 상태에서는 실수로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더라도 속도가 시속 8㎞ 미만으로 제한된다. 차내에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 주세요’라는 경고 문구를 표시해 운전자가 실수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한다.

일본에서 이런 안전장치 탑재는 이미 보편화하는 추세로, 정확한 의무화 시기는 향후 정부 검토 후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일본 매체들은 전했다. 일본 교통부에 따르면 이러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탑재된 차량은 2012년 무렵 처음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후 2018년쯤엔 신차의 10%가 이 기술을 장착했고, 2022년에는 그 비율이 90%로 늘었다.

65세 이상 인구의 3분의 1가량(29.1%)을 차지하는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 비율도 늘고 있다. 지난해 운전면허를 보유한 고령자 수는 2013년과 비교해 65세 이상 운전자는 약 1.3배, 75세 이상은 약 1.7배, 85세 이상은 약 1.9배 많았다.

고령인 운전자가 사고를 내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2019년에는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80대 후반 운전자가 정지 신호를 어기고 횡단보도를 덮쳐 30대 여성과 딸이 사망했다. 2022년에는 후쿠시마시에서 97세 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행인 1명이 숨졌다.

일본 정부는 올해 공개한 교통안전백서에서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망 사고가 2년 연속 증가했으며, 페달 조작 실수로 인한 사고의 비율이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높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5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전체 사망 사고 중 6.6%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혼동하는 ‘부적절한 조작’이 원인이었다. 75세 미만에서는 이런 유형의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0.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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