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목소리 기억하려, 소녀상 세우자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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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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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사르데냐섬에 건립 이끈 시민 카이아자
로사마리아 카이아자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사르데냐섬 스틴티노에 설치된 소녀상 옆에 앉아 있다. 정의기억연대 제공


온라인서 한국 문화 전하다 역사 공부…시장에게 제안
수요시위에 연대 서한도…일 정부는 비문 수정 등 압박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푸른 바다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막식에 나온 현지 주민 로사마리아 카이아자는 “이 조형물은 전쟁 중 일어난 비극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피해자와의 연대를 표현하는 중요한 상징”이라며 활짝 웃었다.

평화의 소녀상은 독일, 미국, 중국, 호주 4개국에도 세워졌다. 카이아자는 사르데냐섬 스틴티노시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제안했다. 한국 교민이 아닌 시민이 소녀상 건립을 추진한 것은 이례적이다. 기자는 카이아자와 지난달 26일과 28일 두 차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초등 은퇴 교사인 카이아자는 한국 역사와 문화를 이탈리아어로 전하는 온라인 매체 ‘코탈리아’의 관리자다. 여느 외국인처럼 영화와 음악을 접하며 한국에 관심을 두게 됐다. 한국과 더 깊은 인연을 맺게 된 건 한국사를 공부하다 2년 전 위안부 피해자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다. 카이아자는 위안부 피해를 다룬 논문, 피해자 인터뷰 등을 스스로 찾아봤다. 특히 고 김복동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언급한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에게는 여성으로서의 자유, 학습권 등이 주어지지 않았다”며 “어떤 여성도 평생 그러한 비인간적 성적 학대를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과 10월 서울을 방문했고, 두 번째 방문 당시에는 위안부 피해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마포구에 있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을 찾았다. 카이아자는 “역사적인 사진과 젊은 여성들의 물건, 그들이 그린 그림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박물관에는 고 김복동, 고 김순덕 할머니 등 피해자들이 일본군에 끌려갈 당시 상황을 직접 그린 그림이 전시돼 있다.

카이아자는 지난해 12월 평소 친분이 있던 리타 발레벨라 스틴티노 시장에게 소녀상을 짓자고 제안했다. 변호사 출신이자 여성 인권 문제를 중요시해온 발레벨라 시장은 제안을 환영했다. 시의회도 소녀상 건립을 승인했다. 카이아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여성들도 성폭력을 당했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인권 유린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며 “과거의 실수를 아는 게 중요하며, 그래야 다음 세대의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아자는 한국에서 옮긴 소녀상이 세워지기까지 부지런히 움직였다. 지역 여성단체 회원들과 함께 노란색 평화나비 배지 수백개를 만들어 제막식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비문 번역가, 제막식 통역가와 합창단 등도 섭외했다.

카이아자는 지난달 26일 열린 제1654차 수요시위에 연대 서한을 보냈다. 그는 “매일같이 수많은 이탈리아인과 관광객들이 소녀상을 찾아 감명을 받고, 그 옆에서 사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스틴티노 시민들은 무한한 환대와 진실한 우정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받아들였다”고 썼다. 그는 이어 “불행히도 오늘날까지 많은 여성이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비슷한 전시 성폭력 피해를 보고 있다. 과거의 피해자들과 현재의 피해자 모두에게 관심을 가지고 연대해야 한다”며 “저 또한 소녀상을 지키고, 소녀상이 상징하는 모든 피해자를 기억할 것임을 맹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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