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 이어 사르코지도 ‘걱정’···“조기총선으로 프랑스는 혼란에 빠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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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17. 오후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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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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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1일(현지시간)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 에투알 개선문 앞에서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 원로 정치인들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총선 실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총선이 정권을 내 줄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도 우파 성향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69)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된 프랑스 주간지 JDD와의 인터뷰에서 “의회 조기 해산은 프랑스에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집권 여당인 르네상스당이 속한 정치 연합이 여론조사에서 RN보다 한참 뒤처진 3위에 머물러 있다며 의회 해산이 “프랑스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며 “그들(국민)이 분노를 거두기보다 (선거 결과로) 분노를 확인시켜줄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이포프(IFOP) 조사 결과, RN은 지지율 35%로 1위를 달렸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사회당·녹색당·공산당 등 4개 정당이 모인 좌파 연합 신인민전선(NFP)은 26%로 2위를 차지했고, 중도 성향의 르네상스당을 포함한 8개당 정치 연합 ‘앙상블’의 지지율은 19%에 그쳤다.

좌파 성향의 사회당 소속으로 프랑스 전 총리를 지낸 리오넬 조스팽(87)도 마크롱 대통령의 의회 조기 해산 결정을 두고 “무책임하다”며 쓴 소리를 냈다.

조스팽 전 총리는 16일 공개된 프랑스 일간 르몽드 인터뷰에서 “극우 정당이 권력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총리, 상원의장, 의회 의장과 의회 해산을 협의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전임자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70)은 ‘깜짝’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출신이 의회의원으로 출마하는 것이) 전례 없는 일이란 걸 안다”면서도 “극우파의 위험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어떻게 무관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NFP 소속으로 자신이 시장을 지낸 튈의 지역구 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조기 총선에서도 참패하면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하원의원은 총선에서 승리해도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16일 보도된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RN이 승리한다고 해도 단순히 동거 정부가 탄생할 뿐이다”며 자신은 차기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예정대로 임기를 마치면 2027년에 대선이 실시된다.

이 가운데 RN에 맞서 뭉친 정치 연합 NFP는 내부 갈등을 벌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LFI 대표가 당내 온건파 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했지만, 가정 폭력 혐의로 기소된 자신의 측근은 공천 명단에 포함하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RN의 집권을 우려하는 프랑스 시민들은 의회의 지각변동을 막기 위해 극우 정치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프랑스의 인기 축구선수 킬리안 음바페도 RN의 득세를 막기 위해 가세했다. 그는 16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기자회견에서 “극단주의가 권력의 문 앞에 있는 것을 분명히 보고 있다”며 “종종 정치와 축구를 섞지 말라고 사람들이 말하지만, 이것은 내일의 경기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며 젊은 세대에 투표를 독려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의회 선거 마지막 날이자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 9일, 자신이 몸담은 르네상스당이 참패할 것으로 예상되자 자국 의회를 전격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오는 30일과 다음 달 7일 1·2차 투표를 통해 총선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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