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가자지구 전쟁 첫 보고서 “이스라엘·하마스 모두 전쟁범죄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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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12. 오후 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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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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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라파 난민촌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당한 텐트를 둘러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9개월째 이어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피해 상황을 조사한 유엔 독립 조사위원회(조사위)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살상을 저지른 이스라엘 당국과 하마스 모두에 전쟁범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의 첫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12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저지른 전쟁범죄와 반인도 범죄에 대해 이스라엘 당국이 책임져야 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하마스) 역시 이스라엘에서 자행한 전쟁범죄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작전을 개시한 지난해 10월7일 이후 피해자와 목격자 인터뷰, 첨단 법의학 분석 기술 등을 통해 전쟁 현장에서 빚어진 인권 침해 상황을 조사해왔다.

이스라엘 당국은 가자지구 주민을 대상으로 기아와 고의적 살해, 민간인에 대한 의도적 공격 지시, 강제이송, 성폭력, 고문, 자의적 구금 등 각종 전쟁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위는 이스라엘이 ‘최대한의 피해’를 주려는 의도로 작전을 수행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인구 밀집 지역에서 대규모 파괴 능력을 갖춘 이스라엘 보안군이 고의로 중무기를 사용한 것은 민간인에 대한 고의적이고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조사위는 이스라엘군이 매 작전에 앞서 주민 대피령을 내리긴 했지만, 주민들이 대피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주민들의 대피 경로도 지속해서 공격했으며, 이는 강제이송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조사위는 “이스라엘군은 포위 공격을 통해 임산부와 장애인에게 더 큰 악영향을 미쳤고, 어린이가 기아로 사망하는 결과를 빚었다”면서 “이스라엘군이 공개적인 옷 벗기기 등 성폭력 행위를 작전 일부로 수행했다는 점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조사위는 지난 4월까지 최소 7300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지난 5월까지 어린이 1만2332명, 여성 1만3996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다.

조사위는 이스라엘 관리들의 선동적 발언 역시 국제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주민 살해와 인질 납치 등도 불법행위로 규정했다.

조사위는 “이스라엘 마을을 향해 수천 발의 미사일을 쏘고 민간인 사상자를 낸 것은 국제인권법 위반”이라며 “무장단체(하마스) 구성원이 고의적 살해와 상해, 고문, 인질 납치, 민간인과 군인에 대한 성폭력 등을 저지른 사실도 인정된다”고 적었다.

조사위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여성을 대상으로 여러 지역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성폭력을 자행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주민에 대한 모든 의도적 공격과 고의적 살해, 고문, 비인도적 대우, 재물 파괴, 인질 납치 등은 전쟁범죄로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조사위는 이스라엘 정부에 가자지구 민간인 살상을 초래하는 공격을 즉각 중단하고 휴전할 것을 촉구했다. 하마스엔 민간인을 향한 공습을 멈추고, 억류된 인질을 즉각 석방하라고 권고했다.

유엔의 조사 결과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가자전쟁 관련 수사와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달 ICC 검찰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학살 책임을 물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하마스 지도부 야히야 신와르, 무함마드 데이프, 이스마일 하니예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조사위는 이번 보고서를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56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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