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하자”···국제적 움직임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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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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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정치인인 마리예 코르넬리센 전 유럽 의회 의원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인터프라이드 연례총회 및 세계회의’에서 “각국의 성소수자 축제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공동 등재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 박하얀 기자


성소수자 축제인 ‘프라이드(Pride)’를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무형유산 목록에 등재시키자는 국제적인 제안이 나왔다. 프라이드가 유엔 기구인 유네스코가 인정한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성소수자에게 억압적인 정부의 방해 시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한국 역시 한국판 프라이드인 퀴어문화축제가 정부 성향에 따라 허용되거나 억압을 받고 있어 주목된다.

네덜란드 출신인 마리예 코르넬리센 전 유럽 의회 의원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인터프라이드 연례총회 및 세계회의’ 연설에서 “문화적 실천으로서 프라이드의 중요성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인식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프라이드를 2026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시키자고 제안했다.

코르넬리센은 성소수자 축제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보수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되돌리거나 퇴행하기가 어렵다면서 “이를 실현하려면 가능한 많은 프라이드가 자국의 국가유산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정부 국책 사업 등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고, 여러 나라가 연대하기도 더 수월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아르헨티나, 발칸반도 등에서 프라이드를 문화유산에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터프라이드 연례총회 및 세계회의’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웨스틴 샌디에이고 가스램프 호텔 테라스에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국기와 성소수자 권리를 나타내는 무지개 깃발이 나란히 걸려 있다. 샌디에이고 | 박하얀 기자


코르넬리센은 “프라이드를 국가적 유산으로 만들자고 하기 힘든 국가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에스토니아처럼 나중에 참가하겠다고 밝힌 국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건이 열악한 나라에 대해선 사정이 나은 다른 국가가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라이드가 왜 필요한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한 서명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됐고 많은 사람이 증언했다”면서 “많은 국가가 신청해야 등재 논의 때 우선시되기 때문에 내년에 (유네스코에 제출할) 청원서를 모으고 소셜미디어 등에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지역 활동가 만남’ 세션에서는 대만, 태국, 일본, 중국, 인도 등에서 온 활동가들이 각국의 성소수자 축제 현황을 공유했다. 태국 활동가 교카는 “태국 총리가 ‘월드 프라이드를 주최할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성사되면) 최초로 월드 프라이드를 아시아에서 개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활동가는 “2020년까지 상하이에서 프라이드 활동을 열심히 했다”면서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았고 우리가 십시일반으로 모아 낼 수 있었지만, 이듬해에 퍼레이드 운영자가 추방당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인터프라이드 연례총회 및 세계회의’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웨스틴 샌디에이고 가스램프 호텔에 있는 ‘성중립 화장실’. 일반 가정집 화장실과 마찬가지로 변기, 세면대가 한 공간에 비치돼 있었다. 샌디에이고 | 박하얀 기자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위원장은 “한국에서 보수적인 지역인 대구에서 프라이드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만 소송을 7건 당했다”고 설명했다. 배 위원장은 “각국에서 탄원서를 쓰거나 다음 축제 때 동참해 준다면 정부기관도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해 미국 활동가로부터 연대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배 위원장은 프라이드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자는 제안에 대해선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며 관련 정책을 세우지 않는 한국정부와 퀴어문화축제를 대하는 지자체들의 태도를 보면 한국에서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국가의 협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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