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졸속" vs "내란 동조자"…여야, '탄핵심판'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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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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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절차적 정당성 의문…'신속' 이유로 졸속 재판"
"'이재명 사법리스크' 걷어내려 '조기 대선' 몰두"
野 "尹은 '민생킬러'…헌정질서 빨리 회복해야"
"공수처, 영장 집행 방해세력 봐주지 말고 체포"
여야가 9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두고 충돌했다. 헌법재판소 측에선 탄핵 심판 심리를 이유로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절차적 정당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9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혐의 및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 긴급현안질문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9 [사진=연합뉴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 혐의 및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 관련 긴급 현안질문을 진행했다.



당초 이번 현안질문 핵심은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협조 등 현안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권한대행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불참하면서, 야당의 초점은 국민의힘을 향했다.

야당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단상에 나오기 전부터 "내란을 변호하고 있다", "내란 동조자" 등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고, 견제는 질의시간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자제 요청에도, 야당의 항의와 여당의 맞불은 지속됐다.

여당의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단상 앞으로 나서자, 야당에선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거나 나 의원을 가리켜 "빠루"(쇠 지렛대)라며 2019년 4월 '패스트트랙' 당시 물리적 충돌을 소환했다. 나 의원이 "의원 여러분, 좀 들어 달라"고 호소했지만, 야당의 항의는 멈추지 않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자제를 요청하기 위해 국회의장석으로 갔지만, 오히려 야당의 성토에 기름을 부었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리서 일어나 권 원내대표에게 항의를 했고, 여당에선 "일어나서 어떻게 할 것인가", "앉아라", "우 의장은 퇴장시켜라" 등 발언이 쏟아졌다. 이를 두고 나 의원은 "의회 민주주의가 망가진 모습을 우리 국민이 바라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혐의 및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여당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헌재도 민주당에 편향적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나 의원은 "지난 한 달 동안 국론은 분열됐고,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신속을 이유로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내란이라는 어마어마한 단어 아래에서 무법과 불법, 위법, 탈법 등이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절차적 정당성과 법치주의 완성이 헌법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 통합을 이룰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를 향해선 "헌재가 신뢰를 받기 위해선 공정성이 중요한데, 최근 행보에 대해 국민 우려가 크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정족수 문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8인 체제가 위법이 아니라고 하다가 9인 체제를 완성해 달라는 등 편향성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철규 의원도 "비상계엄 적법성 여부와 대통령 탄핵 찬반 의견을 두고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비상계엄에 대한 내란죄 성립 여부와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을 따르는 것이 민주적인 해결 방식"이라고 했다. 다만 "탄핵 심리 과정에서 정파적 이익을 앞세운 일이 일어나고 있고, 권한을 넘어선 초법적 조치가 제어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절차 정당성'이 무너진다면 법치주의도 함께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가 빠진 배경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재판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상식 민주당 의원의 국수본 메신저 논란까지 불거진 만큼 "신속을 이유로 졸속이 이뤄지고 있다"고 의심했다.

나 의원은 "탄핵 소추에는 '내란죄를 범했다'로 시작하는 등 내란이 80%를 차지하는데, (철회가 된다면) 사기 탄핵이자 소추 사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결국 헌재가 이 대표 선거법 사건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탄핵 소추 심리를 졸속으로 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지 않도록 제대로 심리해 달라"고 말했다.

이 의원도 "정국 혼란을 수습해야 할 시기에 민주당은 헌법적 가치의 침해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정권 초기부터 이어온 정권 탈취를 위한 탄핵 몰이에 이어,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걷어내기 위해 조기 대선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을 수사하는 기관을 향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국수본은 민주당 산하 기관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한 사람을 잠시 속일 수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없는 만큼, 고발·선동으로 호도하려 해도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 없다"고 직격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혐의 및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야당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이 위헌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총력을 쏟았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했다"며 "국민 앞에 숨지 않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쇠사슬·철조망·차벽 안으로 숨어버렸는데, 이 모습이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것이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또 "헌법을 짓밟고 유린한 것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유린한 것과 다름없고, 이를 국회가 탄핵하지 않는다면 국회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겠나"면서 "윤 대통령이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미래와 경제는 어떻게 될지 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권칠승 의원은 "미국 매체 포브스가 윤 대통령을 'GDP 킬러'라고 칭했는데, 우리 국민은 '골목상권 킬러', '민생 킬러'라고 부르는 상황"이라며 "미친 난동이 불러온 불확실성의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기 때문에 헌정 질서의 신속한 회복만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야당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완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경호 등에 관한 법률에는 대통령의 생명과 재산에 위해가 가해질 때, 그것을 제거하는 활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수사할 때 대상자를 폭행하는가,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가,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질문당 10만원을 뜯는가"라면서 "공수처를 포함해 모든 수사 기관이 수사함에 있어서 생명과 재산에 위해를 가하지 않음에도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봐줄 것 없이 체포하라"고 당부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여당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한 것을 두고 비판을 쏟아내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도 의결서에 뇌물죄 성립 여부를 수정한 선례가 있다"며 "탄핵소추 사유서 재정리는 단순히 공소장을 변경하는 것과 같다는 권성동 당시 법사위원장 의견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도 "나 의원은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한다는 것을 빼면 '졸속심사'가 된다고 주장한다"며 "대통령의 직무 집행 행위가 헌법·법률에 위반됐는지 여부만 판단하면 된다고 했는데, '내란죄' 표현이 빠져서 형사 판단 부분이 결국 빠진다면 졸속심사가 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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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김주훈 입니다.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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