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AI·O/I 주안점 둔 조직 개편 단행
롯데 화학군 CEO 10명 교체하며 고강도 인적 쇄신
LG화학 임원인사 13명에 그쳐국내 중후장대 기업들의 전열 재정비가 마무리됐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에 더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대교체, 조직 슬림화에 방점을 둔 경영 행보가 핵심 키워드로 분석된다.
지난 23일 포스코그룹은 조직 슬림화와 임원 규모 대거 축소를 중심으로 한 연말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그룹의 핵심인 철강과 이차전지소재 계열사의 대표를 전격 교체하면서 쇄신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이희근·엄기천 부사장을 각각 포스코, 포스코퓨처엠 신임 대표로 내정했고 임원 규모를 15% 축소했다. 승진 규모도 지난해 92명에서 올해 62명으로 전년보다 30% 이상 축소됐다.
혼재돼 있던 주력 부서를 효율적으로 합치고 의사결정 구조를 간소화했다는 점도 이번 인사의 핵심 요소다. 포스코홀딩스는 '본부제'를 도입해 기존 '총괄제(총괄-팀-담당)' 조직을 '본부제(본부-실)'로 재편했다. 향후 6본부(▲미래전략본부 ▲사업시너지본부 ▲재무IR본부 ▲기업윤리본부 ▲커뮤니케이션본부 ▲경영지원본부)·1원(미래기술연구원)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또 분산돼있던 미래 성장투자 기능은 '미래전략본부'로, 사업관리 기능은 '사업시너지본부'로 통합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앞서 이달 초 임원 인사를 실시한 SK그룹 역시 고강도 리밸런싱을 중심으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우선 지난 2022년 164명에 달했던 신규 임원인사는 올해 75명에 불과했고 지난해 82명과 비교해도 7명 줄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과 추형욱 SK이노베이션E&S 사장을 유임하면서 기존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인사 이전 고강도 리밸런싱이라는 단어가 나올 만큼 조직 쇄신 의지가 강했던 SK는 인공지능(AI)과 운영개선(O/I) 효율화에 주안점을 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SK㈜는 투자 기능을 일원화 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골자로 'AI 혁신담당'과 함께 '성장 지원' 조직을 신설했고 SK이노베이션은 O/I와 합병 시너지 강화 및 효율화에도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SK이노베이션 E&S는 CIC 체제로 운영하되, 통합적이고 속도감 있는 O/I 추진을 위해 관리조직(Staff) 기능을 통합하고 O/I 추진단 산하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구매, AI·DT 기능을 결집했다.
장기 침체로 벼랑 끝에 내몰린 롯데 화학군은 총 10명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면서 고강도 인적 쇄신이 이뤄졌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이 실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용퇴했고 이영준 부사장이 롯데 화학군 구원투수로 나섰다. 30%에 달하는 롯데 화학군 임원들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60대 이상 임원의 80%도 퇴임하면서 큰 폭의 세대교체가 진행됐다.
LG화학의 경우 신학철 부회장은 유임됐지만 생명과학을 제외한 석유화학과 첨단소재 사업본부장이 교체됐다. 석유화학사업본부장에는 김상민 전무를, 첨단소재사업본부장에는 김동춘 부사장을 선임하는 등 세대교체와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LG화학 역시 임원인사는 13명으로 소폭에 그쳤다.
중후장대 기업들의 몸집 줄이기는 국내 제조업의 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현상으로 읽힌다. 화학, 철강은 저가 중국산 제품 공급 과잉에 직면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고 에너지 기업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에 따른 유불리 등 수싸움이 치열하다. 내부적으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리스크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중후장대 기업들의 조직 슬림화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고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통상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반영된 인사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