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사채만 차입금 신고하고 기업어음 발행은 누락고려아연이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공개매수 자금 내역을 거짓으로 기재했다가 정정신고했다. 1조원 이상의 차입금을 동원해 공개매수를 진행하는데도 이를 자기자금으로 신고했다가 정정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판단 여하에 따라서는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4일 제출한 공개매수신고서에 대해 이날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공개매수 자금조성 내역을 당초 자기자금 1조5000억원과 차입금 1조1634억원으로 기재했다가 자기자금 5000억원, 차입금 2조1634억원으로 정정했다.
또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자금조성 내역 중 차입금의 출처에 대해서 추가로 기재했다. 메리츠증권에서 1조원의 사모사채를 조달했고, 조달금리가 연 6.50%라고 신고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신고서 정정에 대해 자금조성 내역을 자기자금과 차입금으로 구분하도록 돼 있지만,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공개매수대금의 자기자금으로 기재해도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채나 기업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이 법인 계좌에 입금돼 있는 만큼 예금잔고증명서로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금융기관이나 금융감독원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구체적으로 기재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정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자본시장법 등은 공개매수 자금조성 내역에 대해 자기자금과 차입금을 분명히 구분하고, 차입금에 대해서는 차입처를 포함해서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회사채나 CP로 조달한 자금이 법인 계좌에 있다고 해를 이를 자기자금으로 기재하는 것은 공개매수신고서 거짓기재에 가깝다. 자본시장법 상의 공개매수신고서의 자금조성 내역이 "공개매수에 필요한 금액 이상의 금융기관 예금잔액"이라고 규정돼 있으나, 이는 자기자금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차입한 자금에 대해서는 차입처를 포함해서 이를 증빙하는 서류를 첨부서류로 내도록 하고 있다. 금감원은 공개매수자금 보유 증명 서류로 예금잔고 증명서 또는 단기금융상품 등 기타 자금보유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안내하고 있기도 하다.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신고서나 정정신고서 등 공개매수에 관한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중요사항이 표시하지 않은 경우에 금융위원회로 하여금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법 146조제2항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