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올해 첫 경영 행보로 '6G' 선택…삼성, 초격차 리더십 확보 잰걸음"통신도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로서 통신과 백신은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아쉬울 때 유용하게 사용 할 수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1년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6G 시장 선점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한 말이다. 평소 선행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이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삼성전자는 향후 네트워크사업의 주력 먹거리가 될 6G 분야에서 초격차 리더십 구축에 공들여왔다. 특히 세계 최초로 5G 통신기술을 상용화한 경험을 바탕으로 6G 분야에서도 최초의 역사를 쓰겠다는 목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NTT 도코모와 차세대 통신 분야 인공지능(AI) 기술을 공동 연구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양사는 AI 기술이 확산하고 6G 통신 표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그간 축적해 온 기술력과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통신과 AI를 융합하는 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다. 특히 양사는 공동 연구를 통해 사용자의 통신 서비스 체감 성능과 사업자의 시스템 운영 효율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은 각 기지국이 담당하는 '셀(Cell)' 단계에서 통신 품질을 최적화하는데, 양사는 AI를 적용해 사용자 단계에서 더 촘촘하게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령 셀 간의 경계 지역이나 신호가 약한 지역을 통과하는 사용자를 선별해 통신 품질을 향상시키면 동영상 스트리밍 끊김 등의 불편을 방지하고 더욱 안정적인 통신서비스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토 다카아키 NTT 도코모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삼성전자와의 기술 협력은 통신 산업에서 AI 기반의 혁신을 앞당기고, 6G와 같은 미래 통신에 대한 공동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훈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CTO 겸 삼성리서치장(사장)은 "NTT 도코모와의 공동 연구는 통신시스템을 위한 AI 기술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양사의 앞선 기술력과 전문성을 결합해 차세대 통신 연구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NTT 도코모는 오랜 기간 3GPP(이동통신 시스템 표준화를 위한 국제 협력 기구)에서 이동통신 기술 표준화 등을 위해 교류해 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NTT 도코모와 5G 장비 공급계약 체결 이후 2022년에는 28GHz 초고주파 대역 지원하는 신형 5G 라디오 기지국을 공급한 바 있다.
그간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 전후로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6G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2019년 5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 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해 6G 선행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 7월에는 6G 백서를 발간해 차세대 6G 이동통신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또 2022년에는 '삼성 6G 포럼'을 개최해 국내 이동 통신 분야의 학계·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미래 기술을 논의하고 공유했으며, 3GPP 업계 최다 의장석(의장 2석, 부의장 7석)을 확보해 국제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7월에는 삼성리서치 기술표준연구팀 최형진 연구원이 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통신 부문(ITU-R) 이동통신 표준화 회의(WP5D)에서 6G 표준화 기술조정 그룹 의장으로 선출돼 6G 표준 논의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으며, 특히 이재용 회장이 올해 초 첫 현장 경영 행보로 6G를 선택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도 미래 먹거리로써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에버스 플로레스 전 에릭슨 네덜란드 최고경영책임자(CEO)를 유럽 지사 네트워크 사업 총책임자(VP)로 영입하는 등 인재 확보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에버스 유럽 네트워크 사업 담당은 약 8년 동안 에릭슨 네덜란드의 국가별 네트워크 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2015년 입사해 5G·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기반 네트워크·디지털 관리형 서비스 및 신흥 비즈니스를 담당했다. 에릭슨 네덜란드 이전에는 미국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즈 영업 담당 임원으로 약 7년간 비디오 솔루션 시장 개발 및 영업 활동을 총괄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에 에버스 총괄 영입은 유럽 지역 네트워크 사업 강화를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재 유럽 지역은 차세대 통신장비 보급률이 한국과 미국 시장만큼 높지 않아 공급 수요가 살아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특히 유럽연합(EU) 회원국 대부분이 보안 문제를 이유로 중국 화웨이와 ZTE의 통신 장비를 배제하는 법안은 마련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입장에선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달 주요 외신을 통해 불거진 삼성전자의 노키아 네트워크 사업부 인수설도 이 같은 흐름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해당 인수설에 대해 양측이 모두 부인하며 수그러들었지만, 연초부터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겸 부회장이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해 지속 언급해온 만큼 업계에선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가 노키아의 네트워크 사업부를 인수하면 단숨에 에릭슨을 누르고 업계 2위로 올라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유럽 통신사들이 노키아, 에릭슨의 장비를 선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유럽 시장에서 화웨이에 맞서 통신장비에 대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6G 시장 주도권 경쟁에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통신장비 업황이 악화되면서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의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올해 들어 유럽에서 중국산 통신 장비 퇴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업체들을 대신할 공급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 동안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늘려온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영업력과 마케팅 전략 역시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6G 시장 규모는 지난해 51억달러(약 6조9569억)에서 오는 2030년 402억달러(약 54조8368억)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은 6G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도 작년말 6G 기술을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육성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