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한물 갔나"…위스키 사업 앞다퉈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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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다윗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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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업계, 새 성장동력으로 낙점…'수제맥주 시즌2' 우려도국내 수제맥주 업계가 위스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침체기에 빠진 수제맥주를 대신할 새 성장동력으로 젊은 세대 사이 인기를 끌고 있는 위스키를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이 존재한다. 반짝인기에 편승해서는 '수제맥주 시즌2'에 그칠 뿐이라는 지적이다.

세븐브로이 맥주와 윌로우드가 위스키 시장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세븐브로이맥주]


26일 수제맥주 업계에 따르면 세븐브로이맥주는 최근 캐스크 수입 기업 윌로우드와 위스키 생산 및 캐스크 확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국내 위스키 제조, 오너캐스크 사업, 위스키 체험 투어, 캐스트 대여 사업 등을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 2021년부터 익산 신공장 건설 초기부터 위스키를 눈여겨보던 세븐브로이는 이번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국내 위스키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일명 버터맥주로 불리는 수제맥주 '뵈르비어'로 이름을 알린 부루구루는 지난해 약 70억원을 투자해 가평브루어리에 증류기를 도입하며 위스키 사업에 뛰어들었다. 내년 말께 위스키 제품 출시가 목표다. 하이볼 사업은 이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출시 3개월 만에 1000만캔을 팔아치운 '생레몬하이볼'이 이 회사 제품이다.

국내 수제맥주 전문 기업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ABC)도 최근 신세계L&B와 손잡고 버번 위스키 에반 윌리엄스를 활용한 RTD(즉석 음용 음료) 형태의 하이볼 제품을 내놓았다. 신세계L&B가 지난 2021년 11월부터 국내에 독점 수입·판매하고 있는 에반 윌리엄스는 미국과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버번 위스키다.

맥주 관련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수제맥주 업계가 위스키에 주목하는 건 본업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는 탓이 크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93억원에서 2017년 433억원, 2019년 800억원, 2020년 1180억원, 2021년 1520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인기에 힘입어 수제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 수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4년 54개 수준이던 소규모 양조장은 2018년 124개로 100개를 돌파했으며, 2022년 말 기준 177개까지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달라진 주류 트렌드와 위스키, 하이볼 등 대체품의 대두, 업계 전반적인 제품 퀄리티 저하 등의 문제가 겹치며 인기가 빠르게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수제맥주 1호 상장사 '제주맥주'는 누적된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올해 경영권을 매각했다. 세븐브로이맥주도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119억원, 2022년 7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약 24억7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위스키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이들의 활로인 위스키 역시 고물가와 트렌드 변화 등으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단 점이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위스키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한 1억1836만 달러다. 수입량도 1만2663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9% 하락했다. 위스키는 지난해 연간 수입량이 3만톤을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하는 등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위스키 인기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에 그친다면 수제맥주의 전철을 밟을 뿐이란 지적도 있다. 수제맥주 역시 한때 신드롭급 인기를 자랑하며 다수 업체들이 눈에 띄는 양적 성장을 거뒀지만, 그 과정에서 퀄리티가 떨어지는 제품이 우후죽순 생기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수제맥주 유행은 끝났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단가를 맞추기 위해 질을 낮춘 수제맥주는 한번은 신기해서 사 마실지 몰라도 꾸준히 찾아 마실만큼 특별한 맛이 아니다. 반짝인기를 끌었지만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았고, 결국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며 "최근 위스키가 대세라지만 주류 트렌드는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결국 고유의 경쟁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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