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마셨는데"…대사이상 지방간염 신약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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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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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출시 됐지만 치료제 시장 아직 초기 단계…개발경쟁 격화
국내에선 디앤디파마텍·동아에스티·한미약품은 임상 2상 단계
음주 여부와 관계없이 신진대사 문제로 발생하는 대사이상 지방간염(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이하 MASH). 첫 신약은 출시됐지만, MASH 치료제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어 이를 겨냥한 글로벌 개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2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대사이상 지방간(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이하 MASH) 치료제 개발이 국내외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MASH는 술을 먹지 않아도 신진대사 문제로 간에서 염증이나 섬유화 등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는 포도당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슐린 기능이 저하되면서 간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된 탓에 비만·당뇨병·고콜레스테롤 환자 군에서 주로 발생한다. 염증을 방치하면 간경화·간부전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할 경우 간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MASH 치료제 시장은 블루오션이나 다름없다. 환자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시장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MASH 환자 수는 2018년 31만8325명에서 2022년 40만7719명으로 28% 증가했다. 전 세계 환자 수는 약 4억40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또한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전 세계 MASH 치료제 시장이 오는 2026년 253억 달러(한화 약 33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도 아직 초기 단계이기에 기회 역시 무궁무진하다. 현재까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은 MASH 의약품은 미국 기업 마드리갈(Madrigal Pharmaceuticals)의 '레즈디프라(성분명 레스메티롬)'가 유일하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이 MASH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특히 디앤디파마텍과 동아에스티, 한미약품의 성과가 주목된다.

우선 디앤디파마텍은 지난달 FDA로부터 MASH 신약 후보물질 'DD01'의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DD01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과 글루카곤(GCG) 이중 수용체 작용제다. 식욕 억제 및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GLP-1 수용체와 지방을 빠르게 분해하는 GCG 수용체에 동시 작용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기전이다. 전임상에서 유효성이 입증돼 FDA 패스트트랙 후보물질로 지정됐다.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는 "MASH는 간 지방 감소 유도만으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다"며 "단순히 간 섬유화 개선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되고, 실질적으로 혈당, 체중 조절 효과를 같이 낼 수 있는 복합기전의 약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NeuroBo Pharmaceuticals)를 통해 MASH 후보물질 'DA-1241'을 개발에 착수했다. 2021년 3월 임상 1상을 마쳤고, 지난해 5월 FDA로부터 임상 2상 승인을 받아 같은 해 9월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올해 말 임상 2상 주요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DA-1241은 원래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 개발됐다. DA-1241은 췌장의 베타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 'GPR119'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활성화하는 약물인데, GPR119가 활성화되면 GLP-1과 인슐린이 분비돼 혈당 조절이 가능하다. 다만, 임상 1상에서 간경화와 간 염증·섬유화 등의 개선 효과가 확인되면서 MASH 치료제로도 개발되고 있다.

한미약품의 경우 MASH 치료제 후보물질 '에포시페그루타이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에포시페그루타이드는 GCG와 GLP-1, 인슐린 분비 촉진 및 항염증 작용을 하는 위 억제 펩타이드(GIP)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 작용 신약이다. 현재 MASH 환자들을 대상으로 미국과 한국에서 위약 대비 치료 유효성과 안정성, 내약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 올해 말 미국에서 열릴 미국간학회국제학술대회(AASLD)에 초록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 후보물질은 지난 5월 FDA 산하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tee·IDMC)로부터 임상 2상을 계획 변경 없이 지속 진행하도록 권고받은 바 있다. IDMC는 임상 진행 단계에서 환자의 안전과 약물 효능 등을 독립적으로 감시하는 전문 위원회다. 임상이 유효성, 안전성, 과학적 타당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지속 진행을 권고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IDMC의 개발 권고는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가 유효성 및 안전성 측면에서 기대 수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며 "글로벌 신약으로서의 잠재력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지표가 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GLP-1 계열 약물을 당뇨, 비만 치료에서 MASH 치료로 확장해 개발 중이다. 미국 기업 일라이릴리(Eli Lily)는 GLP-1 계열 성분인 '터제파타이드'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독일 베링거 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도 같은 계열의 '서보두타이드'를 통해 MASH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MASH 치료제 개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마드리갈의 제품 가격은 비싸고 위약 대비 효과가 드라마틱하다고 보기 어려워 출시 이후 전망치는 오히려 하향됐다"며 "내년에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등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돼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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