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지지' 이재명·조국…당은 건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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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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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이재명 밖에 없다는 간절함"
혁신당 "0.01% 반대도 쓴소리"
정당 지지율, '작은 여당'에 맥 못춰
'일극체제' 강화에 '다양성 실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20일 오전 제주한라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순회 합동연설회에서 인천으로 떠나기 전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제주도당·인천시당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경선을 치른 뒤 내달 18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및 5명의 최고위원을 최종 선출할 계획이다. 2024.07.20. [사진=뉴시스]


야권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90%를 웃도는 지지율이 나란히 등장했다. 사실상 각 당의 유일한 대권잠룡들로, 압도적 지지가 예상됐지만 당의 '일극체제' 기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조국 혁신당 대표는 지난 7·20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찬성률 99.9%를 기록했다. 당권 레이스 중인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도 누적 득표율 91.70%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와 조 대표가 자당의 대표적인 대권 잠룡들인 만큼, 당대표 선거에서도 압도적 지지를 받을 거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예측됐다. 다만,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율이 현실로 드러나자 각 당 안팎에서 '다양성 실종' '대안 부재' 등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 대표만 단독 입후보한 혁신당의 경우 태생부터 조 대표를 중심으로 형성된 당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내 비주류를 대표하는 김두관 후보와 청년 정치 선봉장을 자처하는 김지수 후보가 이 후보 대항마로 등장했지만, 이들에 대한 지지는 현재까지 9%에 불과하다.

두 정당에선 공식적으로 국민이 윤석열 정부 견제를 위해 지난 4·10 총선에서 민주당과 혁신당을 지지한 만큼, 당을 이끈 두 인사에 대한 이번 압도적 지지는 개인 차원이 아닌 역할론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원들이 윤석열 정권에 대항할 수 있는 구심점이 이 후보 밖에 없다는 간절함이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90%대) 득표하는 건 비판받을 수 있지만 이것을 단결해 민주주의를 회복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혁신당 관계자도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와 싸우기 위한 대항마로 당원들이 조 대표를 선택한 것이지 단순 개인 차원의 인기로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0.01%'가 반대한 것도 앞으로 더 잘하라는 쓴소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당 대표 후보가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제1차 전국당원대회에 입장하며 당원들에게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7.20. [사진=뉴시스]


그러나 '이재명·조국의 사법리스크'가 상수로 남아 있는 만큼,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대안론'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당 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다수 대권 잠룡이 있는 민주당 입장에선 당내 편향된 지지세가 향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에 대한 90%대 지지는 당 입장에서도 도움이 안 된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것을 봤을 때, 이 후보도 향후 문제가 생겼을 경우 우리 민주당은 대안 부재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이번 득표 결과는 민주당의 일극 현상에 대한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우상호 전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90%대 지지율이 나오는 것은 민주당과 이 후보에게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성이 살아 있는 정당인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제가 비대위원장 시절에도 다양성 문제를 깊이 고민했는데, 현재 (당이) 수도권이나 특정 지도자 중심으로 당원의 선택이 몰려있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다양성'이 기반인 진보 정당에서 '일극체제'만 부각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더욱이 여러 여론조사에서 여당보다 낮은 지지율이 나오는 '위험 신호'가 포착되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단일대오'를 외치는 것에 우려를 보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7월 3주차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는 국민의힘 42.1%, 민주당 33.2%, 조국혁신당 9.3%다.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민주당과 혁신당 지지율을 합쳐도 여당 지지율을 불과 0.4%p 앞선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비교하면 국민의힘이 8.9%p 더 높다. (95%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무선 97% · 유선 3% 자동응답 전화조사 방식, 응답률 2.7%,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어떤 분야라도 견제와 균형,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그곳에서만 자화자찬을 하고 있으니 더 넓은 하늘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총재는 2~3년 전부터 당을 사실상 '이회창 당'으로 만들면서 당내 견제와 균형이 모두 사라졌다"며 "그러다 보니 당내 쓴소리가 사라졌고 더욱이 선거 과정 중 패배 가능성까지 언급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재명의 민주당이 과거 이회창의 사례를 되풀이시킬 수 있다"며 "당대표라는 작은 당권을 잡을 수 있어도 대권을 잡는 데 있어선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현재 민주당이 지지율 반등 계기를 잡지 못하는 이유가 '다양성 실종'이라고 분석했다.

홍 소장은 "진보 정당의 장점은 다양성의 생태계인데, 현재 민주당은 진보의 장점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여당 지지율을 역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전통적 진보 지지층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현재 민주당은 당의 전통이자 장점을 잃어버렸지만, 이 후보의 장악력은 커졌다"며 "최대 장점이었던 다양성과 관용이 약화되다 보니 총선에서 승리했음에도 정당 지지율이 앞서가지 못한 결과로 이어진 만큼, 이제 공은 이 후보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대선을 위해선 당대표 연임 이후, 민주당의 다양성과 진보적 가치를 회복하느냐 여부에 따라 대선 승리 성공률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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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김주훈 입니다.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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